[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동반성장위원회가 1년반 넘게 위원장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내년 이후 운영자금이 끊기며 1년 시한부 체제에 들어가지만 리더십 부재 속에 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민간기구 만이 할 수 있는 동반성장의 역할을 찾지 않는다면 존재 의미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동반위는 20일 제 48차 동반성장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역시 안충영 위원장이 직무대행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업계 안팎에서 이날 차기 위원장 발표를 기대했지만 인선이 지연되면서 또 다시 올해를 넘기게 됐다. 안 위원장은 지난 2014년 8월 제3대 동반위원장직에 취임한 이후 지난해 7월로 임기를 마쳤지만 1년6개월 가량 직무대행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인선이 1년 넘게 지연되면서 동반위의 존재 근거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동반위는 민간 자율합의 기구로서 지난 2010년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출발은 야심찼다. 동반성장 전도사로 불렸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초대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대기업의 자발적인 동반성장 문화 확산을 유도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대기업과 정부의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1년3개월만에 위원장직을 내려놓으며 동반위는 난관에 부딪혔다.
정 전 총리 이후 위원장직에 오른 인물들은 동반위의 위상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포스코 이사회의장 출신인 유장희 위원장에 이어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장 출신인 안충영 위원장이 2, 3기 체제를 이끌었다. 수장이 두 차례 바뀌었지만 동반위를 변화시키지 못했다. 출범 후 만 8년이 지났지만 주요 사업은 여전히 동반성장지수와 중소기업 적합업종 뿐이다. 이마저도 위태롭다.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대한 관심은 낮아지고 적합업종은 정부가 나서서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동반위가 설 자리 점점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동반위는 1년 시한부 덫에 갇혔다. 출범 이후 지난 8년간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전체 운영자금의 40% 수준인 20억원 가량을 매년 지원받았지만 내년을 마지막으로 자금이 끊긴다. 올해 대기업들의 전경련 탈퇴가 이어지면서 자금창구가 사라진 것이다. 때문에 운영비 확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안정적인 자금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자금에 있어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민간기구로서 강제성이 아닌 자발적인 상생문화를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민간기구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동반위를 정부기관에 편입시킨다면 공정위의 역할과 크게 다를 바 없어진다"고 했다.
'상생'은 문재인정부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인 만큼 새정부의 동반위에 대한 의지도 관심사다. 청와대의 입김이 영향을 미치는 동반위원장 인선에 업계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원장에 따라 동반위 평가가 달라진 만큼 막중한 자리임에 틀림 없다"며 "누가 오느냐도 중요할 뿐더러 인선이 계속해서 늦춰진다면 현 정부도 동반위의 존재가치를 찾지 못한 것으로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인선과정을 지켜보면 동반위의 향방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