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내년부터 이른바 사회적경제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사회투자기금을 활용해 지자체 최초로 '임팩트 투자'를 도입한다. 임팩트 투자는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적 가치까지 고려하는 투자방식이다. 금융위기 이후 대안금융으로 각광받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200억원 규모의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25일 서울시의 내년 사회투자기금 운용계획을 살펴보면, 시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선순환 투자생태계 조성을 위해 소셜벤처 육성전문기관 등과 임팩트 투자조합을 조성할 계획이다. 임팩트 투자조합은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신기술사업금융업자, 한국벤처투자조합 등을 대상으로 공모해 민간투자기관을 선정하며,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10억원 출자를 포함해 30억원 규모로 운용한다.
이미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운용심의위원회에서 출자 의결을 마쳤으며, 창업중소기업, 벤처기업, 기술·경영혁신형 중소기업, 신기술사업자 등 서울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 등 사회적경제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임팩트 투자조합의 존속 기간은 8년 이상, 투자수익률은 4%로 투자→성장→자금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전문 보육지원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로써 기존 재정 지원과 융자 지원에 머무르던 사회투자기금은 일명 ‘착한 투자’라 불리는 임팩트 투자까지 확대해 사회적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돕게 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투자 유치 기업의 일자리 창출효과 조사 결과, 지난해 투자 기업들의 2015년 대비 고용증가율은 약 20%로 전체 중소기업의 4.5%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특히,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은 고질적인 경영난에도 낮은 신용도로 인해 기존 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사회적경제기업의 성장에 종잣돈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연예인 수지 씨의 폰 케이스와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 등으로 유명해진 소셜벤처 마리몬드는 대표적인 사례다.
위안부 할머니의 삶이 담긴 디자인으로 패션소품을 제작하는 마리몬드는 올해 매출만 100억원에 달하지만, 2015년만 해도 16억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외부 자금을 필요로 했다.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외부 재원이 필요했다”며 “이 때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에서 지원한 5000만원은 마리몬드 성장의 자양분이 돼 지금의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은 총 800억원 규모로 169억원을 운용할 계획이다. 융자성 사업은 사회적경제기업 등에 대한 융자 80억원과 소셜하우징 융자 50억원으로 사회적경제, 사회주택 지원을 위한 큰 틀을 유지하는데, 융자 사업비 130억원 외에도 임팩트 투자조합 출자 10억원을 포함한 비융자 사업비 12억7000만원, 예치금 26억원, 기본경비 1억4000만원 등으로 이뤄진다. 다만, 당장 내년 사회투자기금이 800억원 규모로 확대되지만 융자금 원금 회수 금액이 줄어들고 있어 서울시는 내후년인 2019년부터는 사회투자기금 융자 사업비 고갈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는 채권 상환일정에 따라 기금 운용 흐름을 추정해보면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 원금 회수금액이 감소해 사회주택활성화 예산 전입금 증액, 일반회계 추가 전입 등으로 전체 기금 규모를 1000억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회투자기금은 사회적경제기업들의 매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사회주택 공급에 큰 힘이 됐다”며 “다만, 앞으로 지속적인 기금 운용을 위해선 기금 규모를 1000억원 규모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18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로부터 위안부 할머니를 기념하는 제품 의미에 대해 설명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