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재벌'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정경유착'이었다. 정권이 재벌들로부터 돈을 걷고, 재벌은 이 과정에서 이해를 추구한 정경유착의 민낯이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국민들에게 깊이 각인됐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는 등 삼성이 정경유착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삼성에 대한 국민적 믿음은 컸다. 10대그룹 가운데 가장 존경하는 기업으로 꼽혔다.
1일 <뉴스토마토>가 신년 기획으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정국현안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재벌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1006명)의 36.3%가 '정경유착'을 꼽았다. 이어 '부정부패(18.0%)', '노동자 착취(14.3%)', '투자와 일자리 창출(14.0%)', '경제성장(11.7%)' 순으로 뒤를 이었다. '잘 모르겠다'는 답은 2.6%였다.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노동자 착취 등 국민 10명 중 7명(68.6%)이 재벌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44.7%)과 경기·인천(38.2%) 등 수도권에서, 연령별로는 30~39세(49.0%)가 '정경유착'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재벌이 그간 명분으로 내세웠던 투자와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기여 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은 낮았다. 답변 항목은 무작위로 배열해 특정 답변 유도를 최대한 자제했다.
10대그룹을 무작위로 말해주고, 이중 가장 존경하는 기업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23.0%가 삼성을 지목했다. 지난해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됐음에도 국민들의 인식 속에는 삼성만한 기업이 없었다.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모바일 시장을 호령하는 동시에, 메모리반도체의 초격차를 유지하며 수출시장을 주도한 성과가 컸다. 삼성으로서는 무겁게 받아들여할 대목이라고 리얼미터는 분석했다.
2위는 17.8%를 기록한 LG가 차지했다. LG는 여타 그룹들과 달리 총수일가의 사건·사고 등 잡음이 없을 뿐더러 지배구조에서도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3위는 신세계로, 10.6%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실시하는 대기업 최초의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이 긍정적 이미지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4위는 GS(4.5%), 5위는 현대중공업(4.2%)이었으며, 현대차(4.1%), 포스코(3.9%), SK(3.2%), 롯데(2.9%), 한화(2.3%) 순이었다. '없다'는 답변도 20.7%를 차지해 만만치 않은 비중을 보였다.
이중 SK는 최태원 회장이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 현 정부 들어 민간기업 최초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동참하고, 이윤추구 대신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명문화하는 등 사회적기업 육성에도 힘을 쏟는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결과다. 2015년 광복적 특별사면 직후 빚어졌던 내연녀 및 혼외자 파문이 최근 이혼소송으로까지 이어진 것이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벌일가의 범죄 및 일탈' 행위가 해당기업 제품 구매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 응답자의 65.8%가 '영향을 미친다'(매우 29.1%, 다소 36.7%)고 답했다. 반면 29.1%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별로 20.4%, 전혀 8.7%)고 응답했다. 5.1%는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최근 수년째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재벌 3·4세의 일탈이 해당 기업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음을 조사결과가 보여줬다. 한진의 땅콩회항 사태와 한화 3남의 잇단 폭행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간 진행됐으며,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 방식(무선 80%, 유선 20%)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3.5%를 기록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