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SK 지배구조의 마지막 퍼즐인 SK텔레콤이 드디어 움직인다. 중간지주사 전환은 정부의 규제 입법과 맞물려 지배구조 개편의 골든타임을 잡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국정운영 100대 과제에 '지주사 행위제한'을 포함시켰다. 현행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상장 20%·비상장 40%)을 상장 30%, 비상장 50%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총수일가가 소수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은 이 같은 규제 이전에 지배구조를 개편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서울 중구의 SKT타워. 사진/뉴시스
현재 SK의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지배구조는 지주사인 SK(주) 아래로 SK텔레콤, 또 다시 그 아래로 SK하이닉스가 위치하는 형태다.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는 SK텔레콤(지분 20.07%)이며, SK텔레콤은 25.22%의 지분을 보유한 SK(주)의 지배를 받는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모두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가 실현되면 리스크에 걸린다. SK(주)의 최대주주는 최태원 회장으로, 23.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까지 미치는 지분 구조가 미약해 최 회장의 지배력 강화도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SK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효과는 SK하이닉스의 커진 덩치와 인수합병에 따르는 제약을 벗어나는 것이다. 현 구조에서 SK하이닉스는 공정거래법상 SK(주)의 손자회사이기 때문에 인수합병을 추진하려면 피인수 기업의 지분 100%(증손회사 지분 규제)를 인수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SK하이닉스를 지주사의 자회사로 끌어올리기 위한 인적분할 등 개편이 필요하다. 지난 2012년 SK텔레콤에게 인수될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SK하이닉스의 외형은 커졌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연간 2273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에만 매출 8조1001억원, 영업이익 3조7372억원을 거뒀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46.1%다. 손자회사로 두기에는 비대해진 규모가 부담이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피해가기 어려운 난관도 있다. 논란인 자사주 의결권 부활이 첫 손에 꼽힌다. 국회에는 자사주 규제 관련 법안 다수가 발의돼 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인적분할을 통해 되살리는 마법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재 SK텔레콤은 12.55%, SK하이닉스는 3%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이 미미한 상황에서 지배력 강화나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사주 활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SK는 SK케미칼 인적분할 당시 자사주를 처분해 논란을 해소했다. 자사주를 처분해도 될 만큼 지분이 탄탄했다. 하지만 이번엔 자사주를 포기하기 어려워 귀추가 주목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SK C&C 사장 당시 지주사와의 합병을 성사, 옥상옥 구조를 해결한 최대 공신이다. 최 회장의 절대적 믿음을 받고 있는 그의 손에서 또 다시 마법이 펼쳐지고 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