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양성애자로서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우간다 국적의 여성이 난민인정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패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I씨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진술 내용에 일관성과 설득력이 부족해 전체적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원고가 우간다 정부 등으로부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원고가 우간다에서 처음 동성과 성관계한 시점과 그 상대방에 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그 신빙성을 쉽사리 인정하기 어렵다"며 "그러한 진술의 불일치가 원고의 궁박한 처지나 불안정한 심리 상태 등에서 비롯됐다고 볼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2013년 12월 2일부터 같은 달 9일까지 구금됐다가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는데,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2014년 2월쯤 별다른 문제 없이 우간다의 공항을 통해 출국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석방 후 사실상 도주 상태에 있던 원고가 우간다에서 대한민국의 어학연수를 위한 사증을 취득하게 된 경위에 관해서도 '이민국에 있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출국할 수 있었다'는 원고 진술을 선뜻 믿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인 원고가 동성애를 이유로 체포·구금된 후 경찰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은 원고에게 발생한 가장 큰 피해일 것이고, 난민 인정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사정이다. 그런데 원고는 난민면접 당시 이에 관해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았고,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야 비로소 그에 관해 주장·진술을 했다"며 "이에 비춰 보면 원고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주장·진술이 허위·과장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I씨는 2014년 2월 어학연수(D-4) 자격으로 우리나라에 입국했고, 그해 5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인정신청을 했다. 하지만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2015년 10월 "I씨의 주장이 난민법과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서 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란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처분을 내렸고, 이에 I씨가 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I씨는 재판 과정에서 "우간다에서 동성애는 금지된 행위인데, 원고가 양성애자임을 알게 된 원고의 계모는 원고를 신고했고, 마을 총회에서 원고에게 출석요구를 했으나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않아 경찰에 체포되기에 이르렀다"며 "원고는 친구의 도움으로 보석금을 내고 겨우 석방될 수 있었으나, 재판을 받게 될 경우 중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게 되므로 원고는 석방된 이후 법원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우간다에 돌아갈 경우 체포되거나 살해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의견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1심판결을 뒤집고, 난민불인정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양성애자로서 우간다에서 우간다 정부 등으로부터 양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따라서 원고는 난민법 제2조 제1호의 난민에 해당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우간다는 자연의 질서에 반하는 모든 육체관계를 범죄시하는 형법에 근거해 동성 간 성행위를 범죄 행위로 규율한다"며 "일반적인 처벌 규정 외에 동성 간 성행위가 상습범 등의 이유로 가중되는 경우 최고 사형까지 처하도록 규정한 반동성애 법안이 무효가 돼 법적 효력이 없는 상태지만, 우간다 법무부 장관이 고등법원에 항소하고 새로운 반동성애법을 입법하려는 시도가 있는 등 성 소수자의 인권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거나 제한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아울러 "원고가 비록 우간다에서 처음으로 성관계를 맺은 시기, 양성애 사실이 밝혀지게 된 경위 등에 관해 면접조사 당시 진술과 1심의 원고본인신문 당시 진술에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면접 조사 당시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난민신청인으로서 원고가 처한 처지, 통역의 어려움과 조사관의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수동적인 지위,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억력의 한계 등을 고려하면 세부적인 사항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으므로 전체적으로는 원고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는 양성애자라는 이유로 마을총회로부터 출석 요구, 가족과 친척들로부터의 강요, 경찰에 의한 성폭행 등을 주장하는데, 우간다의 양성애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우를 고려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건들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난민은 그 성격상 박해의 내용이나 가능성, 원인에 관한 충분한 객관적 증거자료를 갖추지 못한 것이 일반적이므로 원고가 우간다에서 과거에 받았던 박해 등에 관한 진술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 사이에 일부 불일치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바로 원고가 그 주장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