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하나금융지주(086790) 차기 회장 후보군이 김정태 현 회장과 최범수 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사장, 김한조 하나금융재단 이사장으로 압축된 가운데 최 전 사장과 경기고 인맥 간 인연이 주목받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16일 회의를 개최해 차기 회장 후보를 이들 3명으로 확정했다.
김 회장의 3연임 여부와 함께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최 전 사장이다.
1956년생으로 경남 하동 출신인 최 전 사장은 경남고와 서울대 및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을 거쳐 금융개혁위원회 전문위원,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자문관으로 활동했으며 국민은행 부행장, 개인신용정보회사(CB) 설립추진위원장,
신한지주(055550)(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신한아이타스 사장 등을 거쳤다.
특히 그는 1971년 경남고를 졸업한 김 회장과 동문으로 4년 후배이기도 하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보다 최 전 사장의 경기고 출신 인사들과의 인연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우선 최 전 사장은 경기고 출신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인연이 닿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997년 대선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개혁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당시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TFT 책임자 역할을 했으며 최 전 사장은 KDI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또 최 전 사장은 '이헌재 사단'으로 불리는 만큼 경기고 출신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도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사장은 1998년 금감위원장 자문관으로 활동하며 당시 이 금감위원장과 금융권 구조조정을 추진, 상업·한일은행 합병을 비롯해 제일은행 매각, 동화은행 등 부실은행 퇴출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문재인정부 들어 금융권 내에 경기고 출신 인사들이 대거 중용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고-고려대 라인' 핵심 인물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의 영향력이 차기 회장 인선에까지 미치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김정태 회장을 비롯한 하나금융과 관련된 각종 의혹의 배경에 '김승유 전 회장 배후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처럼 그동안의 경력과 경기고 출신 인사들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최 전 사장이 다크호스로 떠올랐지만 금융권 내에서는 김정태 회장의 3연임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에 성공한 것을 비롯해 통합 이후 실적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은 KEB하나은행이 출범한 2015년 9097억원에서 2016년 1조3305억원으로 46.3% 상승했다. 작년에는 2조58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2조 클럽' 가입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실적 상승세에 힘입어 하나금융의 주가 역시 작년 3만원대 초반에서 최근 5만대로 상승했다.
한편 하나금융 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 3명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 심층면접 및 질의응답을 거쳐 오는 22일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최 전 부사장의 등장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최범수 전 코리아크레딧뷰로 사장. 사진/하나금융지주, 뉴시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