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20대 초중반 청년에게 취업시켜주겠다며 접근한 뒤 건강기능식품을 팔아 폭리를 취한 다단계 업체가 적발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취업을 미끼로 청년들을 유인한 뒤 합숙을 유도해 대출을 알선하는 방법으로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한 불법 다단계 판매조직의 대표 등 총 8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피의자들은 2016년 3월쯤부터 지난해 5월쯤까지 취업준비생 등 60여명에게 공급가보다 4~5배 높은 가격으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등을 팔아 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피의자들은 이사, 오너, 참모, 팀장, 사원으로 이뤄진 다단계 판매조직을 결성해 역할을 분담하고 보고와 지시 체계를 유지하는 등 치밀하게 조직화된 범행을 했다.
피의자들은 소속 판매원에게 신규 가입 대상자 유인 방법을 교육했다. 지인이나 채팅앱으로 접근한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좋은 취직 자리가 있다고 속여 합숙소 근처로 유인하는 방식이었다. 유인된 청년 상당수는 속았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매우 크게 느껴, 입실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피의자들은 입실자의 휴대폰을 뺏고 외출은 팀장급과 함께하게 하는 등 밀착 감시를 하고, 꾸준한 설득·회유를 병행해 1500만원을 대출받게 유도했다. 투자금 명목으로 1070만원 상당의 업체 물품을 판매했으며 나머지는 합숙비와 생활비로 쓰게 했다.
신규 판매원은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른 신규 판매원 모집활동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사로 승급하려면 자신이 가입시킨 하위 판매원이 매출을 8500만원 올려야 했다. 대부분은 판매원 활동을 그만두고 빚을 상환하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거나 막노동을 하고 있었다. 지인을 끌어들인 자책감과 인간관계 단절 등 심리적 고통도 컸다.
강석원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구직자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한 이번 사건과 같이 시민을 울리는 민생침해 범죄를 앞으로도 적극 수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불법 다단계 업체의 교육장에서 판매원들이 교육받는 모습. 사진/서울시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