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현대차(005380)는 차세대 수소전기차, 제네시스 G80 기반 자율주행차로 서울-평창간 고속도로 약 190km 자율주행에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2일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4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차세대 수소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차 3대와 제네시스 G80 자율주행차 2대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주행 중 공해 배출이 전혀 없는 궁극의 친환경차인 수소전기차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 것은 전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자율주행 수소전기차의 경우 연료전지 스택에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스스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방대한 데이터 처리로 전력 소모가 많은 자율주행에 최적화된 차량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미래 자율주행차 시대의 '카 투 라이프' 비전과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5G 네트워크 기반의 후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적용했다.
시연은 자율주행 운전대에 있는 ‘크루즈(CRUISE)’ 및 ‘세트(SET)’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차는 즉시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됐으며, 기다렸다는 듯 스스로 고속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5대의 자율주행 차량은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출발, 신갈 분기점을 거쳐 영동고속도를 질주한 뒤 대관령 나들목을 빠져 나와 최종 목적지인 대관령 요금소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는 고속도로의 자연스러운 교통흐름과 연계한 차선 유지 및 변경, 전방 차량 추월, 7개 터널, 요금소 2곳, 나들목 1곳, 분기점 1곳 통과 기능 등을 선보였다.
앞차의 주행 속도가 지나치게 느릴 때는 추월차로를 이용해 앞차를 앞질러 갔으며, 나들목과 분기점을 이용하기 위해 차선을 변경하기도 했다. 도로 폭이 좁아지는 요금소의 경우에도 하이패스 차로를 이용해 안전하게 빠져나갔다.
그 동안 국내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제한된 속도로 자율주행이 시연된 적은 있었지만, 수백 km에 달하는 장거리 코스를 구간별 법규가 허용하는 최고 속도(100km~110km/h)까지 구현해 내며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 것은 처음이다.
국내 고속도로는 도심 도로 못지않게 교통량이 많은 편이다. 교통사고 및 공사구간과 같은 예고되지 않은 돌발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경부 및 영동고속도로에서 수십만 km에 달하는 시험 주행을 진행하며 데이터베이스를 축적, 자율주행차 성능 개선을 진행해왔다.
특히 차선 합류, 분기 도로 등에서 주변 차량을 보다 세밀하게 인지하고 판단하는 기술, 정확한 차 폭 및 위치 계산과 제어로 요금소를 통과하는 기술, GPS 신호가 끊기는 터널 상황에 대비해 정밀지도를 기반으로 차량 외부에 장착된 센서를 활용, 차량 위치를 정밀하게 인식하는 기술 등을 더욱 고도화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초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선보인 라스베이거스 도심 자율주행차 대비 주변차량 움직임 예측, 끼어들기 차량에 대한 대응 성능, 차선 변경을 위한 판단 성능 등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자율주행 차량은 전방 및 후·측방 카메라, 전·후·측방 라이다 등 각종 센서 및 장비를 추가로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관상 양산형 모델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차량에 최소한의 센서 추가만으로도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할 수 있어 자율주행 상용화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자율주행에 투입된 수소전기차의 경우 내달 출시되는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차세대 수소전기차는 1회 충전주행거리 600km가 넘고, 충전 시간이 약 5분에 불과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 효율 60%와 내연기관 수준의 내구성 및 839ℓ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또 SAE 기준 2단계 자율주행이 가능한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 클러스터에 후측방 영상을 보여주는 ‘후측방 모니터’, 현대차 최초 고속도로뿐 아니라 자동차전용도로 및 일반도로에서도 가능한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 운전자의 승·하차와 관계없이 주차와 출차를 지원하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시스템’ 등이 탑재돼 있다.
현대차는 이번 고속도로 자율주행 시연을 위해 양산형 차세대 수소전기차에 4단계 자율주행 기술뿐 아니라 5G 네트워크 기술도 적용했다. 그 동안 현대차가 제시해왔던 3대 미래 모빌리티 비전인 연결된 이동성, 이동의 자유로움, 친환경 이동성에 가장 근접한 ‘미래형 자동차’인 셈이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수소전기차를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기간 동안 평창 시내에서 자율주행 체험 차량으로도 운영할 계획이다. 각국 선수단, 올림픽 관계자, 관람객 등 올림픽을 찾는 누구나 현장 예약을 통해 자유롭게 자율주행 체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일반에 오픈 되는 평창 시내 자율주행 코스는 대관령 119 안전센터 앞 원형삼거리에서 출발해 서쪽 방향으로 3.5km 떨어진 회전 교차로에서 U턴, 같은 길로 돌아오는 왕복 7km 구간으로 약 13분 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이진우 현대차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은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개발 철학은 보다 많은 고객에게 최고의 안전을 제공하고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최대의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상상이 현실이 될 자율주행 기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서울-평창간 고속도로 자율주행 및 올림픽 기간 평창 시내 자율주행 시연에 투입하는 수소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에는 5가지 첨단 차량 IT 신기술이 탑재됐다. 직접 운전과 전방 주시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미래 자율주행차 시대에서는 차량이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비전을 제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후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된 차량 IT 신기술은 영상 스트리밍 등 KT의 5G 네트워크 기반 기술을 적용했으며,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를 활용해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실시간 신호등 정보 알림 기능을 기본 제공하고,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의 특성을 고려해 국문, 영문, 중문 등 다양한 언어를 지원한다.
후석 탑승자는 자동차에서 생활공간의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확인 및 제어하는 카투홈 기술 ‘홈 커넥트’와 간단한 음성 명령을 통해 챗봇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일부 음성 및 텍스트, 또는 이미지로 제공 받을 수 있는 ‘어시스턴트 챗’ 기술(영문만 지원)을 경험할 수 있다.
‘홈 커넥트’ 기술은 실제 서울 동대문 DDP에 마련된 라이브사이트 내 커넥티드카 쇼룸의 조명, TV, 도어락, 가스차단기 등에 대한 실시간 영상 확인 및 제어가 가능하다. 현대차는 2018년 상반기부터 홈투카, 2019년부터 카투홈 기술을 차량에 순차적으로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어시스턴트 챗’의 경우 사용자가 ‘하이, 현대’라는 명령어를 말한 후 평창 날씨 및 경기 일정, 간략한 차량 매뉴얼, 위키피디아 지식, 주식 등에 대해 질문을 하면 챗봇이 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한다. 또 후석 탑승자의 스트레스를 측정하고 기분 전환을 돕는 ‘웰니스 케어’ 기술도 적용됐다.
측정기를 1분가량 쥐고 있는 것만으로 스트레스, 심박수, 기분상태 등의 건강 정보를 측정할 수 있고, 기분 전환을 위한 건강 테라피(힐링 영상 및 호흡 테라피 등)와 건강 컨설턴트와의 실시간 영상통화를 통한 가벼운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주행 중 노면에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반대 파형의 소리를 통해 제어하는 노이즈-어웨이와 음악 재생 및 웰니스케어 작동 시 후석 도어의 조명과 연동되는 무드 라이트 등으로 구성된 ‘무드 케어’ 기술, 차량 안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노래방 어플리케이션 ‘에브리싱’ 기술도 들어갔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가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해 스마트 디바이스화된 ‘첨단 기술의 집합체’로 불린다. 미래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허브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이동수단이었던 자동차가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 로봇택배 서비스, 움직이는 사무실, 편안한 휴식 공간 등으로 용도 확장해 삶의 질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 다양한 사회적 혜택도 실현될 전망이다. 우선 사고 예방이 가능하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약 130만명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하며, 전체 사고 중 약 90%는 운전자 과실로 알려져 있다. 국내도 해마다 약 4000명 가량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2.13%인 총 33조4000억원(2015년 기준)에 달하는 교통혼잡비용도 줄어들 수 있으며, 연비 개선에 따라 에너지 절감 및 대기질 개선도 가능하다. 자동차 업계는 운전 습관에 의한 개인별 연비 차이가 20~40%에 이르며,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에 의한 고속도로 연비 개선 효과만 23~39%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운전 및 교통 혼잡 등에서 자유로워짐에 따라 보다 많은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으며, 교통약자의 이동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이에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ICT 분야의 다양한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을 추진 중이다.
먼저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1년까지 스마트시티 안에서의 4단계 수준 도심형 자율주행 시스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CES에서 미국 자율주행 전문 기업과 자율주행 기술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4단계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가 정해진 조건에서 운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시스템이 정해진 조건 내 모든 상황에서 차량의 속도와 방향을 통제한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무인자동차를 의미하는 5단계와 함께 완전 자율주행으로 분류된다.
현대차그룹은 완전 자율주행기술을 오는 2030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5년 12월 미국 네바다 주로부터 투싼 수소전기차와 쏘울EV의 자율주행 운행 면허를 취득했으며, 2016년 3월에는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시험 운행 허가를 획득했다.
또한 지난해 8월부터는 화성시 내 약 14km 구간에 V2X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연구를 지속 중이며, 10월에는 미국 미래 모빌리티 연구기관인 ACM의 창립 멤버로, ACM이 추진 중인 첨단 테스트 베드 건립에 500만달러(약 56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현재 현대차, 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는 주로 운전자가 있는 자율주행차를 위주로 셀프주차, 고속도로자율주행, 도심자율주행, 완전자율주행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점진적 개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면 ICT 업체는 운전자가 아예 필요 없는 급진적 접근 방식으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 이후 4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상용화를 시작으로 2025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수소전기차가 2일 오후 서울 궁내동 톨게이트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수소전기차가 GPS 수신이 어려운 터널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수소전기차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가운데 운전자가 카메라로 창문 밖 풍경을 찍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수소전기차가 대관령 톨게이트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