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스마트 튜닝 패키지로 자동차의 가치 키워주는 것이 최우선"

송영욱 현대차 사내스타트업 '튠잇' 책임연구원 "차를 스마트폰처럼"
"인공지능 기술 기반 터널을 지날 때면 창문을 닫아 주는 등 알아서 척척"

입력 : 2018-02-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재계 서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탄탄한 회사다. 매년 대학생들이 가고 싶고 회사 순위권에 이름을 오르내린다. 특히 현대차는 그룹을 이끌고 있는 대표 계열사다. 그런데 여기 현대차를 나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 사람들이 들으면 ‘왜?’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계 서열 2위인 회사를 나오고 싶어 고군분투하는 이들은 바로 현대차 사내스타트업 ‘튠잇’의 연구원들이다. 이들은 세상 모든 것을 튜닝하겠다는 뜻을 품고, 지난 2014년 현대차 사내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이들의 꿈은 현대차를 떠나 진정한 스타트업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튠잇을 설립한 이후 꾸준한 기술 연구를 통해 ‘스마트 튜닝 패키지’를 개발했다. 이 패키지를 차량에 장착하면 차를 스마트폰처럼 사용할 수 있다. 차가 사람을 알아보고 시트를 조절하고, 날씨에 따라 시트 온도도 조절한다. 이 기술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사업적 성과도 냈다. 지난해 5월 광주광역시에서 카셰어링 서비스를 하고 있는 제이카에 4가지 기술을 적용했다. 스타트업이란 결코 쉽지 않은 길을 준비하고 있는 튠잇의 송영욱 책임연구원을 만나 자동차 튜닝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회사에 대한 간단히 소개해달라 
 
‘튠잇’은 2014년 봄에 시작한 현대차 사내스타트업이다. 튠잇은 ‘스마트 튜닝 패키지’를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 튜닝 패키지’를 차에 장착하면 일반적인 차량들이 할 수 없던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다양한 기능을 접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터널을 지날 때면 창문을 닫아 주고 문 잠그는 걸 깜빡 잊어도 알아서 잠궈준다. 스마트 튜닝 패키지를 통해 튠잇이 제공하는 스마트한 편리함을 경험할 수 있다.
 
‘스마트 튜닝 패키지’가 무엇인가
 
튠잇은 스마트 튜닝 패키지를 통해 고객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의 가치를 향상시켜 재발견하게 해주는 것을 최우선 미션으로 삼고 있다. 현재의 자동차는 완성차업체가 만들어 주는 대로 목적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마치 2G 휴대폰과 같다. 현재의 자동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고객의 각기 다른 니즈에 일일이 대응하지 못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쓰게 되면서 겉 모델은 같지만 속에 있는 소프트웨어를 다르게 설치할 수 있게 됐고, 이제 완전 동일한 휴대폰은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사고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튠잇의 스마트 튜닝 패키지는 ‘차를 스마트폰처럼 사용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다 많은 고객들을 만족시켜 줄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대부분 집 오디오보다 차 오디오가 더 좋고, 집 소파보다 더 좋은 자동차 시트를 고가에 구매했을 것이다. 하드웨어는 다 있는데 이걸 정해진 대로 밖에 쓰질 못하니 이걸 더 편리하게 고객들이 원하는 대로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나 고민하던 차에 지금과 같은 형태의 무선 네트워크 시스템을 고안하게 됐다.
 
현대차 사내스타트업 '튠잇'을 이끌고 있는 송영욱 책임연구원. 사진/현대차
 
실제 기술을 적용한 사례가 있나
 
현재 스마트 튜닝 패키지를 장착하면 도어락·윈도우·시트·시트 열선 및 통풍·아웃사이드 미러 등을 제어할 수 있는데 몇 개 기능을 묶어서 카셰어링 서비스에 접목했다. 지난해 5월부터 광주광역시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로만 카셰어링 서비스를 하고 있는 제이카에 우리 기술 4가지를 적용했다. 예약 고객을 인식해 도어 핸들 부위를 2회 노크하면 차량 잠금이 해제되는 ‘낙낙 도어락’, 운전자가 최초 이용시 저장한 시트 포지션과 사이드 미러 위치를 추후 차량 이용시 자동으로 적용하는 ‘스마트 메모리 시스템’, 광주시 지역 터널 통과시 자동으로 차량 윈도우가 닫히고 열리는 ‘액티브 터널 모드’, 차량 이용자가 차량에서 일정거리 이상 멀어질 때 자동으로 도어가 잠기는 ‘세이프 도어락’ 등을 우선 적용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실 나는 비즈니스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회사를 오래 다닐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연구소에 있을 때부터 선행연구를 상당히 많이 했다. 특히 경쟁사를 단순히 벤치마킹하던 시절을 지나서 세상에 없는 아이템을 개발해 보고 싶었다. 좋은 아이디어들을 빠르게 구현해 품평하고 피드백 받고 이런 연구들을 꽤 오랫 동안 진행했다. 마침 우리가 제안했던 아이템 하나를 눈여겨보고 있었던 사내스타트업팀에서 한번 만나 보자는 제의가 있어서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 큰 기대 없이 평소 생각하고 있던 비즈니스 모델과 아이템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했는데 예상외로 큰 호응이 있었고 공모에 응모할 것을 권유 받으면서 일이 시작됐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대우가 썩 괜찮은 대기업에서 적지 않은 기간 일을 할 수 있는데 그 모든 혜택을 다 두고 나와서 녹록하지 않은 세상 속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만큼 각자 열정도 대단하지만 품고 있는 기대가 다 다르고 이를 현실 속에서 한마음으로 모아서 일을 한다는 게 쉬웠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를 조정해 가고,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과정들을 많이 거쳐 온 것 같다. 어려웠던 순간에 힘이 되거나, 포기하지 않게 도움은 준 것은 역시 ‘사람’인 것 같다. 가까이 있는 창업 멤버들과 같이 꿈꾸고 함께한다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땅이 굳어지듯 더 끈끈해지는 것 같고 이젠 많이 든든하다. 함께 협력하고 있는 파트너 회사들이 많은데 모두 다 큰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아울러 가족의 지원과 격려를 빼 놓을 수 없다.
 
사내 스타트업의 장단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단 사내에서 지원을 받고 있어 팀 멤버들의 인건비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에 기술과 사업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사내에 있기 때문에 업계와 현장에 대한 이해 그리고 실제 고객과의 소통은 다소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네트워킹 활동을 해 왔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소통할 계획이다. 특히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의 유연성을 풍부하게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기 아이디어가 그대로 제품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고객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무한히 개선하겠다는 유연성이 없으면 고객이 사지 않는 공급자 위주의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또 제한된 환경 속에서 익숙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야 할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말처럼 ‘재미가 없어도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한다’는 프로 정신처럼 어떤 것도 해 보겠다는 유연성이 없으면 일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유익하지 못하다. 그런데 유연성이 풍부하면 어려운 순간에도 실망과 좌절의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극복할 수 있는 방안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현재 역점을 두고 개발하고 있는 기술은 무엇인가
 
튠잇의 스마트 튜닝 패키지는 여러 일을 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개인화’다. 터널 모드 같은 경우는 어떤 조건에 반응하는 모드인데 더 발전시킬 여지가 있다. 이를테면 날씨에 따라 윈도우나 공조 모드를 바꾸고 음악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들을 만들 수 있다. 우선은 차량에 있는 시스템 위주로 개발하고 있고 낙낙 도어락과 같이 외부의 기술을 쉽게 연계해서 자동차 경험을 새롭게 하는 부분도 신경 쓰고 있다. 특히 세상 모든 것을 튜닝하겠다는 저희 튠잇은 ‘메이크, 펀, 투게더’라는 정신을 갖고 있다. 세상을 의미 있게 바꾸는 그 어떤 것이든 우리는 잘 만들고 싶고, 그것이 세상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과정 자체도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걸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누리는 것을 꿈꾸고 있다. 튠잇은 그런 세상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감당하려고 한다.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무엇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기술보다는 서비스가 핵심일 것으로 생각한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기술이 제품의 완성도를 상향평준화하고 나면 제품이 아닌 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고객의 마음을 누가 빨리 알고 거기에 맞는 해결 방법을 가장 잘 제공해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그래서 서비스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역량과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고 여기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기술 개발 중인 지금도 창업 준비를 하고 있다. 외부 협력 파트너 및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에 힘쓰고 있어서 다양한 파트너들을 만나고 있다. 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내에서든, 외부에서든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할 만큼은 아니지만 만약 스타트업을 시작했다면 아주 긴 여정의 출발을 축하하고 싶다.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송영욱 책임연구원(맨 앞) 등 현대차 사내스타트업 '튠잇' 연구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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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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