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연금 시장에서 발 빼는 손보사들

환급금 지급에 수익성 기대 이하…세액공제 등 소비자 혜택도 제한적

입력 : 2018-02-06 오후 2:46:51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최근 들어 손해보험사들이 개인연금 시장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다. 보장성 보험과 비교해 수익성이 낮은 데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개인연금 가입에 따른 큰 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6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개인연금 상품을 취급하는 10개 손보사의 지난해 10월 개인연금 원수보험료 총액은 3조0825억4200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3조2269억6700만원)보다 1444억2500만원(4.7%) 감소했다. 10월 기준 개인연금 원수보험료는 2014년 3조4170억2000억원까지 증가했다가 이듬해부터 감소세(-2.3%)로 돌아서 지난해 들어 감소폭이 대폭 확대됐다.
 
전체 개인연금 원수보험료의 절반을 차지하는 업계 1위 삼성화재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4년 10월 1조7499억7500억원이던 원수보험료는 지난해 10월 1조6098억3100억원으로 줄었다.
 
이는 개인연금 판매에 대한 손보사들의 소극적인 태도와 타 보험상품에 비해 크게 메리트가 없는 개인연금의 특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손보사들이 개인연금 판매에 적극적이지 않다. 과거에는 손보사들이 자산규모를 키울 목적으로 개인연금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자산 확충만을 목적으로 판매를 늘리기엔 개인연금의 수익성이 기대 이하였다. 거둬들인 보험료에 이자를 붙여 환급금으로 지급해야 해 보장성 보험으로 따지면 ‘손해율’이 높았고, 그만큼 예정사업비 비율이 낮아져 설계사들에게 돌아가는 판매 수수료도 줄었다. 업계 관계는 “보험사에 이익이거나 설계사에 이익이어야 판매가 늘 텐데, 그렇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새 국제 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도 골칫거리다. 공시이율에 따라 정해지는 손보사 개인연금의 이자율은 IFRS17 도입 시 부채로 계산된다. 이 때문에 생명보험사들은 수익률이 부채로 계산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재정건전성 압박에서 자유로운 변액연금보험 판매를 늘리는 추세지만, 손보사는 변액보험을 판매할 수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손보사의 개인연금은 이점이 많지 않다. 저금리 장기화로 인해 이자율이 낮고, 세제적격 개인연금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보려고 해도 연 보험료 400만원까지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세제혜택을 목적으로 한 가입도 연말정산을 받는 취업자에게만 해당된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 3년간은 손보사들이 저축성 보험이나 연금보험을 판매하지 않는 건 아닌데 예전만큼 에너지를 투입하진 않는다. 오히려 다시 보장성 보험에 집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세청 홈페이지 홈택스에서 소득·세액공제 자료를 조회할 수 있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개통된 지난달15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한 시민이 자료를 조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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