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개혁' 이재용의 선택은? 단기 '이사회 혁신', 중장기 '금융지주 설립' 유력

공정위, 의사결정구조·소유구조 집중적 개선 압박
이사회 투명성 확보가 우선…금산분리는 중장기 과제

입력 : 2018-02-07 오후 4:19:54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이재용 부회장 복귀 후 삼성 안팎으로 지배구조 개편 유인이 증대되고 있다. 정부와 재벌개혁 여론이 압박하는 개편 방향을 고려하면 삼성의 해법은 압축된다. 가깝게는 이사회 투명성 확보를 위한 상법 개정안 일부 도입 방안이 실현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간 금산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금융지주 전환이 관측된다.
 
이 부회장 구속 중에도 삼성전자는 이사회 중심 구조를 강화하는 한편, 자사주 전량 소각 결정으로 정치권의 자사주 규제 압박에 모범사례를 남기는 등 지배구조를 개편해왔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벌 자발적 개혁 사례엔 삼성이 빠져 불명예를 안았다.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판결 후 여론 반감도 거세다. 불신의 근간엔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여러모로 삼성은 지배구조 관련 특단의 결정을 재촉받는 상황이다.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 과제 등을 종합하면 삼성은 크게 의사결정구조와 소유구조 측면에서 집중적인 개선 압박을 받고 있다. 삼성은 이상훈 사장과 최치훈 사장을 각각 경영일선에서 분리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으로 내정했다. CEO(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을 구분하는 애플 등 선진기업 지배구조를 따랐다. 하지만 삼성은 애플과 달리 총수가 있는 집단이다. 총수가 무소불위 실권을 쥔 상황에서 이사회 독립성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게 사회 일반의 시각이다.
 
미래전략실 해체 후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삼성은 기존의 인사·전략 등의 역할을 빼고 계열사간 사업조율만 담당하는 TF를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심었다.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표방하지만, 이또한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를 관장하고 자산 배분 등을 결정할 책임소재는 불분명하다.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내기도 어렵고 그룹을 위해 개별기업이 희생하는 재벌 총수 독단의 문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선결 과제는 결국 이사회 구조다. 재계 대관 관계자는 "정부는 상법 개정안 등 총수의 입김이 의사결정에 개입되는 것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며 "출자 구조 문제는 시장 충격이 커 점진적으로 추진할 듯하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삼성에 대해 이사회 순혈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지배주주와 내부 경영진이 선임한 거수기 사외이사로만 채워져서는 각 계열사 이사회의 자율적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상법 개정안 취지와도 맥이 같다.
 
SK와 현대차는 실제 상법 개정안 일부를 도입해 자발적 개혁 사례로 꼽혔다. SK는 전자투표제를, 현대차는 주주권익 보호담당 사외이사를 일반주주들의 추천을 받아 선임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보유 지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전자투표제 도입 부담이 적지 않다. SK도 내부지분율이 부족한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은 도입하지 않고 있다. 사외이사의 경우 삼성전자도 외국인 이사 선임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자체 선임으론 달라질 게 없다는 비판의 시각이 없지 않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재벌 개혁 2차 데드라인은 3월까지다. 그 사이 변화가 없으면 하반기 순환출자, 금산분리 입법에 착수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삼성그룹 문제의 핵심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간의 관계라고 꼬집기도 했다. 금융 당국은 이미 금융그룹 통합감독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삼성을 비롯한 금산결합집단의 자본적정성 관리에 착수했다. 삼성의 소유구조 문제로 연결된다. 삼성은 이미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삼성물산의 비주력사업 및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 금융계열사의 자사주 매입 등 일련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삼성생명은 금융지주 전환이 유력시 된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로 전환하면 삼성전자 지분 전량을 매각하지 않고 금산분리 문제에 대처 가능하다. 금산법상 삼성생명이 금융지주로 전환하면 비금융계열 지분을 5%까지 보유할 수 있다. 대신 1대 주주에서 내려와야 해 지분 일부는 처분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현금을 모으는 배경은 이를 내부지분으로 흡수하려는 의도로 비쳐진다. 이후 삼성생명을 인적분할하거나 삼성물산을 인적분할해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투자부문이 금융지주화하는 방법 등이 있다. 다음엔 삼성물산 역시 지주전환 가능성이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과 지주비율 강화 법안 등이 관련 유인이다. 인적분할 과정에서는 삼성이 자사주 활용에 비판적인 여론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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