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과 경찰 간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삭제하고,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는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으로 한정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다만 검사가 사건 종결과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영장심사나 긴급체포를 승인하도록 하는 절차는 유지되도록 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는 지난해 10월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10차례 걸친 논의 끝에 '검·경 수사권 조정의 방향과 주요 쟁점에 관한 권고안'을 도출했다고 8일 밝혔다. 위원회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단순히 수사기관 사이의 권한 배분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수사구조 개혁이란 차원에서 결정돼야 하고,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한 효율적 수사체계의 구성, 인권 옹호와 적법 절차의 실현, 권한의 집중과 남용을 막기 위한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위원회는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삭제하고,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위해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규정하도록 권고했다. 또 경찰이 수사 중인 개별 사건에 대한 검사의 '사건 송치 전 수사지휘'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적법 절차를 보장하고,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검사의 사법경찰 관리에 대한 적절한 견제·감독 기능은 계속 유지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수사의 효율성과 적정성,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 검찰총장과 각급 검사장은 일반적 수사준칙 또는 지침 등을 마련해 사법경찰관에게 시행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진정 사건에 대한 수사, 재기 사건을 포함한 경찰의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변사 사건에 대한 수사, 경찰의 영장 신청 시 보완 수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권한남용이나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외부 견제 장치를 통해 공정한 사건 처리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은 검찰에 송치하고, 검사가 사건 종결과 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국민의 인권과 직결되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대해서는 경찰의 영장신청에 대한 검사의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검사의 영장심사나 긴급체포 승인 절차는 현행 규정을 유지하도록 했다.
만일 검사의 영장 기각에 부당한 사유가 있으면 사법경찰관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대해서는 각급 검찰청에 설치되는 영장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했다. 영장심의위원회는 검사가 아닌 위원을 다수로 해 구성하고, 사법경찰관은 위원회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검사는 심의 결과를 최대한 존중하도록 권고했다.
이와 함께 위원회는 검사의 준사법기관, 인권 옹호 기관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는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으로 한정하도록 하고, 경찰공무원이 관련돼 경찰이 수사하기 곤란한 사건, 경찰이 송치한 사건, 이 사건에 대한 관련 인지 사건 등에 대해서는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의 1차적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이 제한되고,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에 이관되면 경찰의 권한이 집중되고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건 관련자의 인권이 침해됐거나 침해될 우려가 현저하다고 인정되고, 사건 관련자가 경찰의 편파 수사, 과잉 수사, 장기·지연 수사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되거나 수사권이 남용될 우려가 현저하다고 인정되면 검사가 사건기록 등의 송부 요구, 시정조치 요구 또는 사건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밖에도 검사가 1차적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에서 같은 사건을 검·경이 중복으로 수사하면 경찰은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고, 검사는 송치요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부당한 송치요구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관한 기구와 절차를 마련할 것도 권고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번 권고안에 대해 "위원회의 권고안을 존중해 국민을 위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