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최근 지엠 본사가 한국 정부에 자금지원 등을 요청했다고 알려지면서 한국지엠의 철수 가능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국지엠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노사 간 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동안 잠잠했던 한국지엠의 철수설은 이달 6일 메리 바라 지엠 CEO가 연간 실적발표 이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한국지엠에 대한 질문에 “독자생존이 가능한 사업을 위해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한 것이 발단이 됐다. 여기에 지난달 방한해 한국 정부 및 산업은행 관계자를 만났던 배리 앵글 지엠 해외사업부 사장이 7일 다시 입국해 유정복 인천 시장 등을 만나면서 철수설이 급격하게 증폭됐다.
특히 지엠이 한국 정부에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제안했다는 설이 제기됐다. 이후 당국과 산업은행에서 진화에 나섰지만 지난 2010년에도 지엠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요청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자금지원 요청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엠이 유럽 시장을 비롯해 호주, 인도 시장 등에서 철수를 결정했던 점도 한국지엠의 앞날을 우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 한국지엠의 앞날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2014~2016년 3년간 누적적자는 2조원에 달했으며, 작년에도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지엠은 작년 내수와 수출실적을 합쳐 총 52만4547대를 판매했다. 전년동기 대비 12.2%나 감소한 수치다. 내수 실적은 2016년 18만273대에서 작년 13만2377대로 26.6%나 급감했으며, 올해는
쌍용차(003620)의 상승세로 내수시장 3위 자리도 위태로운 실정이다.
다시 불거진 철수설은 한국지엠 노사의 대화 기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지엠 노사는 이달 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 교섭을 이례적으로 빨리 시작했다. 지엠 본사가 3월부터 전세계 국가에 배정할 물량을 논의하는데, 임단협을 빠른 시일내로 마무리하고 안정적 생산능력을 입증해 보다 많은 신차물량을 확보하자는데 노사가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수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면서 신차물량 확보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사업 중단이나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엠이 국내 철수를 무기로 삼아 정부, 노조에 협박하고 있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메리 바라 CEO의 발언은 원론적인 차원에서 한국지엠의 발전 방향에 대해 언급한 것이지 철수 또는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면서 “현재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신차물량 확보 등을 통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최근 지엠 CEO 발언 이후 한국지엠의 국내 철수설이 재점화됐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