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통신비협의회…보편요금제 결론 못내

자급제도 과제 남겨…정부, 법제화·이통사 논의 병행

입력 : 2018-02-22 오후 4:38:31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가계 통신비 정책 협의회(이하 협의회)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협의회는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서 열린 9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지난해 11월10일부터 시작된 논의를 마무리했다. 협의회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 및 자급률 제고 방안 ▲보편요금제 ▲기초연금수급자 요금감면 ▲기본료 폐지 및 통신비 구조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정부와 이동통신사·시민단체·알뜰폰·유통망 등 각 주체들이 주요 사안에 대해 기존 입장을 거의 변경하지 않으면서 협의회는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서 가계 통신비 정책 협의회 9차 회의가 열렸다. 사진/과기정통부
 
특히 보편요금제 도입을 두고 정부와 이통사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보편요금제는 정부의 통신비 관련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월 2만원대의 요금에 데이터 1기가바이트(GB), 음성 200분 등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이통사의 혜택이 고가 요금에만 집중돼 요금제에 따른 이용자 차별이 심하다며 보편요금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가 시장 개입 우려가 있고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도 보편요금제와 비슷한 요금제가 이미 알뜰폰에 있다며 반대했다. 시민단체는 이통사들이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제를 자율적으로 출시한다면 법제화를 유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통사는 현제 인가·신고제 등 규제를 완화해 시장에서 자율적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협의회 이후 이통사들과 보편요금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면서 법제화 작업도 함께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보편요금제에 대한 법제화를 상반기 중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보편요금제 도입이나 이에 상응하는 혜택이 담긴 요금제 출시 등에 대해 이통사와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매와 이통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강제하기보다 자율적으로 활성화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출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해 자급제용 단말기도 함께 출시할 계획이다. 전 국장은 "삼성전자가 이번 MWC에서 공개하는 갤럭시S9에서 자급제도 함께 공개하기로 확인을 받았다"며 "유심요금제와 온라인 유통까지 갖춰진다면 자급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금수급자 요금 감면에 대해서는 협의회 참가자들이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고령화 사회에서 이통사들의 고령층 요금 감면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대응책과 전용요금제 이용 고령층의 중복 수혜, 취약계층 요금감면 수혜자의 전파사용료 면제 등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협의회는 논의 결과를 정리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전 국장은 "3월 중으로 국회에 논의결과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추가 논의 과정에서 가계 통신비 경감과 이통 산업 육성 측면에서 겪는 어려움도 함께 고려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