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중대본 방문, 최순실 참석 회의서 결정(종합)

검찰, '세월호 보고 조작' 김기춘·김장수 등 기소

입력 : 2018-03-28 오후 5:33:14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른바 '골든 타임' 이후에 최초로 서면보고를 받았으며, 실시간이 아닌 오후와 저녁 1차례씩만 상황보고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방문하는 것이 결정된 회의에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도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박 전 대통령 보고와 지시 시각을 조작하는 등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불법으로 변경하는 등 공용서류손상·직권남용 혐의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도 불구속기소했다.
 
또 이들의 범행에 가담했으나,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김규현 전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와 기소중지했다. 현역 군인인 신인호 전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군 검찰로 이송했다. 검찰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 관해 허위로 증언하는 등 위증 혐의로 윤전추 전 행정관을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기춘 전 실장은 2014년 7월 '비서실에서 실시간으로 시시각각 20분~30분 간격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해 박 전 대통령이 사고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고 허위로 기재하는 등 3건의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해 국회 등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참사 당일 실제 비서실에서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게 이메일로 11회 상황보고서를 발송했고, 정 전 비서관은 이 보고서를 오후와 저녁에 일괄 출력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김장수 전 실장과 김규현 전 차장, 신인호 전 센터장은 2014년 5월부터 7월까지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15분쯤 김장수 실장에게 처음으로 전화를 걸어 철저한 인명구조를 지시하셨고, 10시22분쯤 다시 전화를 걸어 추가 지시를 하셨다'고 허위로 기재하는 등 9건의 공문서 허위로 작성해 국회 등에 제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 전 차장과 신 전 센터장은 실제 오전 10시19분~20분쯤 최초 상황보고서를 전달했는데도 '오전 10시에 보고드렸다'고 허위로 기재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검찰 조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은 참사 당시 본관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있었다. 재임 기간 공식 일정을 마치면 주로 관저에 머무는 근무 형태를 취했던 박 전 대통령은 참사가 발생한 4월 무렵에는 수요일에 공식 일정을 잡지 않도록 지시했다. 김장수 전 실장은 당일 오전 10시쯤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 사건 상황보고서 1보의 초안을 전달받고, 신 전 센터장으로부터 전화로 보고받았다.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휴대전화로 이러한 내용을 보고하려 했지만, 2차례 통화 시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첫 통화에 실패한 후 김 전 실장은 안봉근 전 부속비서관에게 "세월호 관련 상황보고서가 보고될 수 있게 해달라"라는 취지로 요구했고, 안 전 비서관이 오전 10시20분쯤 관저로 가서 침실 앞에서 수차례 부르자 박 전 대통령은 침실 밖으로 나왔다. 안 전 비서관은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합니다"라고 보고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래요?"라고 말한 후 침실로 들어가 오전 10시22분쯤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통화에서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첫 지시를 받았다.
 
비서실에서는 오전 10시36분부터 오후 10시9분쯤까지 본관 사무실에 근무하던 정 전 비서관에게 총 11회에 걸쳐 '4.16. 여객선 침몰 사고 상황'이란 보고서를 이메일로 발송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은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즉시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통상의 방식대로 오후와 저녁 시간에 1회씩 그때까지 수신된 보고서를 일괄 출력해 전달했다. 이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은 당시 상황을 안보실에서 주도적으로 담당했으므로 급박하게 처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30분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원론적인 구조 지시를 내린 것 외에는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가 오후 2시15분쯤 관저를 방문한 최씨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 전 비서관, 안 전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 관저 내실 안에 있는 회의실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직전 당일 상황을 묻는 최씨에게 정 전 비서관은 세월호 관련 중대본 방문 의견을 전달했고, 회의 자리에서 나온 최씨의 제안에 따라 결국 박 전 대통령의 중대본 방문이 결정됐다.
 
김 전 실장 등은 참사 이후 그해 7월7일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업무현황보고, 7월10일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국정조사 10월28일 대통령실 국정감사 등에서 수많은 인명 피해 등에 대해 추궁이 예상되자 탑승자가 마지막으로 카카오톡을 발송한 시간인 오전 10시17분을 자체적인 골든 타임으로 간주하고, 박 전 대통령이 이 시간 전에 상황보고서 1보를 보고받은 후 인명 구조 등 지시를 내린 것처럼 보이기 위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또 김관진 전 실장은 2014년 7월 적법한 대통령훈령 개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가안보실이 재난 상황의 컨트롤타워'라고 규정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대통령훈령 제318호) 3조 등을 두 줄로 삭제하고, 안전행정부가 컨트롤타워란 취지를 손글씨로 기재한 후 65개 부처에 공문을 보내 각 부처에 보관 중인 지침을 삭제·수정·시행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은 신 전 센터장은 7월31일 인턴 근무자에게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중 '국가안보실이 재난 상황의 전략 커뮤니케이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고 규정된 제3조를 볼펜으로 두 줄을 그어 삭제하고, 수기로 '국가안보실은 국가위기 상황에서만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취지로 기재하도록 한 것을 비롯해 이 지침 중 10개조 14개항을 볼펜으로 두 줄을 그어 삭제하고, 수기로 수정 내용을 기재한 후 방위사업청 등 65개 부처와 기관에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수정 지시' 공문을 보냈다.
 
윤 전 행정관은 지난해 1월 헌재에서 "오전 10시 관저 집무실에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상황보고서를 전달했다"고 허위 진술한 혐의다. 윤 전 행정관은 2017년 1월5일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한 후 실제 박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오전에 관저 침실 이외의 장소로 움직이는 것을 본 사실이 없고, 어떠한 서류도 전달한 사실이 없는데도 "대통령이 9시쯤 관저 집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봤고, 10시에 보고서를 전달해 드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10월16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명의로 김기춘 전 실장, 김관진 전 실장, 신 전 센터장에 대해 대검찰청 반부패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시민단체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그달 17일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의 불법 변경 부분에 대해 김기춘 전 실장, 김관진 전 실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수사 의뢰 사건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의 고발 사건을 특수1부에 배당해 수사를 진행했다.
 
대통령훈령 제318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불법 변개 내역 일부 발췌. 사진/서울중앙지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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