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순환출자 해소…1조 넘는 통큰 결단

"구조개편 정당성 확보 취지"…공정위 압박도 영향

입력 : 2018-03-28 오후 6:59:22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그룹 순환출자 해소에 나섰다. 특히 이번 개편과정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1조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할 것으로 예상돼 통 큰 결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8일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첫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그룹의 재원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각 그룹사의 사업 역량과 독립성·자율성을 제고하고 동시에 대주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도 현대차그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 이후 수차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필요성을 지적해왔고, 최근에는 시한을 이달말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같은 점을 감안해도 현대차그룹이 쉽지 않은 결단을 했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현황은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이렇게 네 종류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 회장 부자가 분할합병 된 이후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정 회장 부자는 7월말 이후 변경상장이 완료되는 시점에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을 전부 매입할 계획이다.
 
다만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의 주식을 처분하면 1조원이 넘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부터 대주주 대상 과세표준이 3억원 이상인 경우 양도세율이 주식을 매각해 생긴 소득의 22%에서 27.5%(주민세 포함)로 상향됐다.
 
이날 기준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은 25조4554억원 가량이다.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으로 규모가 줄어든다고 가정해도 대략 20조원으로 추정된다. 정 회장 부자가 기아차·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로부터 매입할 23.3%의 지분은 4조~5조원 규모이며, 이를 감안하면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도 과정에서 양도세는 1조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간 국내 전체 주식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주식 양도세 규모가 약 2조~3조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정 회장 부자가 납부할 양도세는 상당한 규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세금을 회피하거나 절감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정당하고 합당한 세금을 납부해 개편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공감대를 갖추겠다는 취지”라며 “이는 대주주의 준법의지와 투명성, 주주친화 경영이 강조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은 최소화하고 현대차그룹의 구조개편 취지에 대한 진정성이 부각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같은 방안이 현실화되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대주주가 현대모비스를 책임경영하고 이어 현대모비스가 미래기술 리딩 기업으로 미래 자동차 기술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게 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미래 자동차 서비스 및 물류·AS부품 부문 ▲파워트레인 부문 ▲소재 부문 ▲금융 부문 등의 개별 사업 군을 관리하는 체제로 개편된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나서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정 회장 부자가 납부해야 할 양도세 규모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뉴시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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