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문재인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각종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고 지난 1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시행 이후 서울 강남권까지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정부는 여기에다 부동산 보유세 개편 논의까지 돌입했다.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마지막 카드라는 평가다. 다주택자는 물론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인상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시세 차익을 노리는 분양시장은 여전히 광풍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지면서 분양시장이 돈 있는 사람들만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까지 검토하고 있어 시세 차익을 노리는 분양시장은 더욱 열기가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부동산 시장만 10년 넘게 분석해왔다. 그런 그도 부동산 시장을 합리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급변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향배를 들어봤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부 규제로 집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이 분위기가 언제까지 갈 것으로 예상하나.
보유세 등 부동산 규제와 금리인상 등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의 상승세가 둔화되는 추세고, 공급과잉 및 지역산업 침체가 맞물린 지방은 경상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침체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지방 주택시장의 공급과잉 해소까지는 적어도 2~3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디 에이치 강남 자이 개포’ 등 강남 분양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는 것 같다. 불패신화가 여전한 건가.
여전히 시중의 유동자금이 풍부한 상황에서 입지나 가격 경쟁력을 갖춘 부동산 상품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규제 강화 등 불확실성 확대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강남으로의 쏠림현상이 더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핵심 지역 집값은 결국 우상향한다는 학습효과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학습효과는 쉽게 사라지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그리고 유동자금이 여전히 풍부하다는 점에서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처럼 규제에도 인기가 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다른 지역은 어디로 보나.
강남권 대체 주거지로서 대기수요가 많은 과천은 올해 지식정보타운 및 재건축 단지 대규모 분양이 이뤄지면서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수도권 외 지방은 대체로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세종시는 미래 가치와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해 호조세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5월부터 올 2월까지 22개월째 미분양이 0건이라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구 역시 도심지역 신규물량이 부족해 수성구를 중심으로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1일부터 시행됐다. 향후 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나. 시장에서는 매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서울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변곡점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매물 출시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주택 보유로 가닥을 잡은 수요자들은 임대사업자로 전환 시 5년 정도 거래가 묶이게 된다. 수요 기반이 약한 지방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그러나 한 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아파트값의 하방경직성으로 인해 가격 조정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 반면 다주택자들이 비조정대상지역의 주택 처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매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도 고려하는 것 같다. 정책 시행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또 향후 시장의 반응은 어떻게 나타날 것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심사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제한 등을 통해 이미 간접적으로 분양가 규제를 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면 분양가격과 시장가격과의 차이 때문에 투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단기적으로 청약과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 ‘디 에이치 개포 자이’ 등 ‘로또 아파트’ 열풍이 그 예다. 중장기적으로는 고분양가나 집값의 추가 상승을 저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민간부문의 주택공급을 위축시켜 공급 부족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미분양이 서울과 수도권쪽으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하나. 특히 경남 창원은 미분양이 지자체 중 최대인데 올해 8000가구 이상이 들어선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입주물량이 급증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화성, 평택 등 공급 쏠림 지역 중심으로 미분양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서울은 아직까지는 수요에 비해 신규 공급이 부족한 편으로 미분양 리스크가 크지는 않다. 아울러 경남 창원은 전반적으로 입주물량 증가와 미분양 적체 속에 수요 심리 위축으로 장기 침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개발 호재가 있는 창원 마산회원구 등 원도심과 그 외 지역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과거 중대형 보다 소형 아파트가 더 인기가 높았다. 현재 분위기는 어떤가.
2010년 이후 중대형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고, 주택 수요자들의 소형 아파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소형주택 공급이 활기를 띠면서 수도권의 경우 2013년에서 2014년 사이 전용 60㎡이하 소형 주택이 전체 준공 물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1~2인 가구 증가 등 가구원 수가 줄어든 데다 임대형 상품에 대한 투자수요가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소형 아파트 공급이 급증한 가운데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대체 상품의 공급마저 크게 늘면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공실 상승과 임대수익률 하락 등의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1인 가구 대상의 원룸형 주택보다는 방과 거실 등이 분리되는 투룸형 또는 전용 70㎡대의 중소형 틈새평면이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의 입주물량 비중은 2010년 34%에서 2018년 9%대로 크게 낮아졌다.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중대형 수요가 줄었으나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은 중대형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전세 가격 하락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금 집을 사야 되나, 아니면 전세로 남아 있어야 할까.
금리인상이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마련 부담이 커진 만큼 자금 여력에 맞춰 접근해야 한다. 또한 단기 급등한 집값에 대한 경계심이 필요한 시점으로 무리한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보다 주택가격 흐름을 주시하며 매수시기를 한 템포 늦출 필요도 있다. 다만 청약요건(1순위)을 갖춘 실수요자들은 신규 분양을 적극 노려볼만하다.
향후 전세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예상하나.
전세시장은 당분간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역대 규모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데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 유행으로 전세물량에 여유가 생긴 게 주요 요인이다. 여기에 오피스텔 등 임대형 주거상품의 공급도 크게 늘었다. 임대차 시장에서 가속화하던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는 점도 전세가격 안정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출규제와 시장금리 상승으로 집주인의 월세선호 현상이 완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전세 물량에 여유가 생기면서 전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셋값 안정세로 전세에서 매매로 돌아서는 전환수요가 줄어들면서 매매 거래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가 보유세 개편까지 거론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하나.
양도세는 거래를 할 때 내는 세금이다. 즉 집을 팔지 않는 이상 세 부담이 커지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버티기’를 할 경우 그만큼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이에 비해 보유세 인상은 보유 자체로 세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다주택자에게 더 큰 압박요인이 될 것이고 시장의 파급효과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 급등 여파로 보유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높아진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이 구체화될 경우 서울 등 급등 지역 집값이 본격 조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양도세 중과가 시행 1주일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가 한산함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