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앞서 자율주행차 사고 시 손해배상책임 부담 방안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우리보다 먼저 방안을 확정한 일본의 사례가 좋은 본보기다.
보험연구원은 22일 발간한 ‘KIRI리포트 제443호’에 이 같은 내용의 ‘일본의 자율주행차 손해배상책임 부담 방안 확정과 시사점’ 보고서를 게재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기형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일본은 SAE(the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L4 이하의 자율주행차(AV)가 2020년과 2025년 사이 상용화활 것에 대비해 최종적인 손해배상책임 부담 방안을 지난달 30일 확정·공표했다. AV 사고일지라도 현행과 동일하게 자동차 소유자가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게 골자다.
앞서 일본은 2016년부터 ‘자동운전에 있어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연구회’를 운영해 L4 이하 AV 사고에 대해 신속한 피해자 구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AV가 도입되면 AV의 구조적 결함이나 기능적 장애가 원인이 되는 사고가 상대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판단했다. 또 일반 자동차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데이터의 오류, 통신 차단, 해킹 등 지금까지와 다른 원인에 의한 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을 검토했다.
그 결과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의 운행공용자책임을 AV에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또 차량의 구조적 결함이나 기능 장애로 인한 사고 시 보험회사가 제조사 등에 원활하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사고기록장치(EDR·CDR) 등 사고 원인 해석에 필요한 장치를 AV에 부착하고, 시장에서 입수 가능한 장치에 의해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제3자가 AV를 해킹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자배법상 정부보장사업으로 피해자를 보상하는 것으로 했다.
이 밖에 일본은 운전자가 AV 이용 중 발생한 사고로 사망 또는 부상하는 경우 보상 방안, 운행공용자의 운전자로서 관리 및 주의 의무, 소프트웨어나 정보의 업데이트에 대한 관리 의무, 구조상의 결함 또는 기능 장애의 범위 등 세부 기준까지 마련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자동차사고책임에 대한 법제가 일본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일본의 L4 이하의 손해배상책임 부담 방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우리나라와 일본은 공통적으로 자동차의 사고 시 운행이익과 운행지배개념을 도입한 운행자책임(운행공용자책임)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과 면책사유도 유사한 점을 들어 L4 이하의 사고에 대해 일본의 방식을 채택할 것을 제안한 연구도 있다. 일본의 손해배상책임 부담 방식을 심도 있게 검토해 국내의 손해배상책임 부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2월5일 경기도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자율주행자동차 실험도시(K-City)에서 열린 '5G로 대화하는 자율주행자동차 시연회'에서 한 관계자가 자율주행차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