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요구에 현대차 '주주가치 제고' 가닥

주주환원정책 강화 전망…업계 "향후 주가 긍정적"

입력 : 2018-04-24 오후 5:36:41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을 재겨냥했다.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내용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 등 구체적 요구안을 꺼내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현대차는 엘리엇의 지분율이 미미해 일정에 차질을 줄 정도는 아니라며 원안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주가치 제고에 있어서는 엘리엇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엘리엇은 지난 23일 ‘현대 가속화 제안서(Accelerate Hyundai Proposals)’를 통해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했다. 대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 배당 확대 및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정책 강화,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는 독자적 투자집행에 한계가 있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는데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이미 내렸다"면서도 "엘리엇이 제안한 내용을 보면 배당성향 확대 등 참고할 만한 부분도 있다"고 향후 대응방향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도 현대차가 엘리엇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29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차는 기존 개편안의 적법성을 주장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강성진 KB증권 연구원도 "엘리엇이 아직까지는 현대차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중단시킬 만한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2차 요구안을 발표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원안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사진/뉴시스
 
대신 현대차는 강화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통해 엘리엇과 시장을 설득할 것으로 분석된다. 임시 주총에서 개편안 통과를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주주의 지지가 필요하다. 개편안의 첫 단계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과 관련해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는 현대모비스가 2조원, 현대글로비스는 5000억원이다. 특히 현대모비스 주가는 향후 성장 여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현재 24만5000원까지 하락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인 23만3429원에 근접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 주주를 설득하려면 미래 성장 비전 제시는 물론 주주친화정책이 필요하다"면서 "현대차와 동일한 잉여현금흐름(FCF)의 30~50% 배당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차 경영진도 배당 확대 등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에 엘리엇이 제시한 순이익의 40~50% 배당정책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 관련 종목 주가 흐름은 긍정적으로 예상됐다. 유지웅 연구원은 "배당성향 증가로 현대차의 주가 강세가 예상된다"면서 "현대모비스 주가는 현재 불확실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현대차와 동일한 주주환원정책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강성진 연구원도 "엘리엇이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비율에 대한 반대를 표명한 점은 주가에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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