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14일 예정됐던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 기자간담회가 비정규직지회의 기습 시위로 무산됐다. 지회는 그동안 경영정상화 논의에서 비정규직 사안은 제외됐다며, 지금이라도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지엠은 이날 오전 10시 인천 부평공장에서 경영정상화 방안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배리 엥글 제너럴모터스(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을 비롯해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데일 설리번 한국지엠 영업·서비스·마케팅부문 부사장 등이 참석해 회사 방침을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의에 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비정규직지회 10여명이 오전 9시40분경 회견장에 들어와 '한국지엠의 미래는 총고용 보장부터', '불법파견 해결 없이 한국지엠 정상화 어림없다', '부평2조립 1교대 전환 결사반대' 등을 외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회견장 진입 과정에서 한국지엠 사측과 일부 몸싸움도 빚어졌다. 사측은 지회에 퇴장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발언 없이 참관만 하겠다"면서 거부했고 결국 간담회는 취소됐다.
황호인 비정규직지회장은 "사측의 방안을 듣고 싶었을 뿐 간담회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는 없었다"면서 "한국지엠과 정부가 논의한 경영정상화 방안에 비정규직 문제는 빠져있어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지회는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구조조정 후폭풍이 비정규직에 집중될 것을 우려했다. 황 지회장은 "창원과 부평 공장의 외국인투자지역 신청서 내용을 보면 한국지엠이 올해 말까지 1만1000명의 인력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면서 "아직 2000여명의 추가 감원이 필요한데 비정규직부터 정리될 것이 명백해 이에 대한 조치가 절실하다"고 항변했다. 지회는 또 사측이 다음달 말까지 부평 2공장의 1교대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500여명의 비정규직 중 절반가량이 해고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한국지엠이 경영정상화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비정규직 지회의 기습시위로 인해 무산됐다. 사진/뉴시스
사측은 일단 안전의 이유를 들어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난달 초 노조의 사장실 무단점거 사태로 지엠 본사에서도 한국을 출장금지 지역으로 지정할 만큼 물리적인 행동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날 간담회에서도 경영진의 안전이 보장될 수 없다는 판단에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지회가 제기한 2공장의 경우 현재 2교대로 운영되고 있는데 가동률이 4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인력의 효율적인 재배치가 필요한 상황이며, 1교대 전환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지엠은 조만간 다시 기자간담회 일정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장소는 서울이 유력하며, 배리 엥글 사장의 참석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사측은 "이날 간담회 장소를 부평공장으로 결정한 것은 회사가 위기를 딛고 새 출발을 선포하는 의미를 담기 위함이었다"면서 "부평공장은 물리적인 충돌 가능성이 있어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지회가 14일 한국지엠 기자간담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재홍 기자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