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협력사의 노동조합 와해 공작을 벌인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서비스 임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최모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를 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무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종합상황실장으로서 지난 2013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협력사의 노조 와해 공작인 이른바 '그린화' 작업 실무를 총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노조 활동 파업은 곧 실직'이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협력사 4곳을 기획 폐업하고, 그 대가로 폐업 협력사 사장에게 수억원의 금품을 불법으로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최 전무의 범행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검찰의 수사는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최 전무에게 '그린화' 작업을 지시한 것 외에도 2014년 노조 탄압에 항의하던 조합원 염호석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회사 자금 6억원을 불법으로 전달해 유족을 회유하고, 노동조합장 대신 가족장을 치르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그달 31일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할 염려가 없고, 증거를 인멸했다거나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일부 피의사실의 경우 법리상 다툴 여지가 있는 점 등에 비춰 구속수사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격하게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노조 주동자를 내쫓을 목적의 기획 폐업을 진행하는 등 노조 와해 공작인 '그린화' 작업을 지능적으로 장기간 지시한 최고 경영자로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근로3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중대한 헌법 위반 범행을 저지른 자"라면서 "각종 회의에서 최 전무에게 '그린화' 작업 추진을 강력히 지시한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최 전무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사안이 중대해 중형이 예상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2013년 노동청 수사 당시 고소대응 TF를 꾸려 협력사 사장들을 회유해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사실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허위 진술을 하도록 강요해 사법 질서를 농락했다"며 "검찰 수사가 예상된다는 사실을 알고 삼성전자서비스 압수수색 직전 최 전무 등 관계자들과 연락하고, 모두 같은 시가 휴대폰을 교체하는 등 증거를 인멸할 정황도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또 "법원은 이전 윤모 상무에 대한 영장 심사 시 '조직적 범죄'에 있어 피의자의 지위와 역할에 비춰 볼 때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하급자가 아닌 고위 책임자가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결정했다"며 "박 전 대표의 지위와 역할, 광범위하게 자행한 인적·물적 증거인멸 행위 등을 무시하고, 사실과 다른 사유로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일관성과 합리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록 현재 대표가 아니라 할지라도 삼성그룹의 특성상 고위직을 역임해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보유한 현실을 도외시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수원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모습.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