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삼성그룹의 노동조합 와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과 관련해 박 전 대표에 대해 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최모 전무 등과 공모해 지난 2013년 7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협력사의 노조 와해 공작인 이른바 '그린화' 작업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노조 활동 파업은 곧 실직'이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협력사 4곳을 기획 폐업하고, 그 대가로 폐업 협력사 사장에게 수억원의 금품을 불법으로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서비스 종합상황실장으로서 올해 3월까지 '그린화' 작업 실무를 총괄한 혐의를 받는 최 전무는 지난 1일 구속기소됐다.
또 박 전 대표는 2014년 노조 탄압에 항의하던 조합원 염호석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회사 자금 6억원을 불법으로 전달해 유족을 회유하고, 노동조합장 대신 가족장을 치르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보강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기획 폐업 협력사 대표와 염씨 유족에게 회사 자금을 불법으로 지출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용역수수료 비용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세금계산서 십수억원 상당을 수취하는 등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도 추가로 밝혀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박 전 대표에 대해 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그달 31일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할 염려가 없고, 증거를 인멸했다거나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일부 피의사실의 경우 법리상 다툴 여지가 있는 점 등에 비춰 구속수사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격하게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노조 주동자를 내쫓을 목적의 기획 폐업을 진행하는 등 노조 와해 공작인 '그린화' 작업을 지능적으로 장기간 지시한 최고 경영자로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근로3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중대한 헌법 위반 범행을 저지른 자"라면서 "각종 회의에서 최 전무에게 '그린화' 작업 추진을 강력히 지시한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최 전무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사안이 중대해 중형이 예상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2013년 노동청 수사 당시 고소대응 TF를 꾸려 협력사 사장들을 회유해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사실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허위 진술을 하도록 강요해 사법 질서를 농락했다"며 "검찰 수사가 예상된다는 사실을 알고 삼성전자서비스 압수수색 직전 최 전무 등 관계자들과 연락하고, 모두 같은 시가 휴대폰을 교체하는 등 증거를 인멸할 정황도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삼성노조 와해 의혹'을 받고 있는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가 5월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