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의 부인 이명희씨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한 혐의로 출입국 당국의 조사를 받는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오는 11일 오전 10시 이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이씨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기업 연수생으로 위장해 허위로 초청한 후 불법으로 고용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앞서 조사대는 지난달 11일 한진그룹 일가의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김영현) 지휘 아래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인사전략실을 압수수색하고, 같은 달 24일 이씨의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거주(F-2), 재외동포(F-4), 영주(F-5), 결혼이민(F-6) 자격을 소지한 외국인을 가사도우미 등으로 고용하면 별도로 신고할 필요가 없지만, 방문취업(H-2) 자격을 소지한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고용주가 고용노동부 고용센터에서 특례고용허가서를 받아 출입국외국인청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이씨는 폭행 등 혐의로도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11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주거지에서 출입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전지가위를 던지고, 구기동 도로에서 차량에 물건을 싣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전기사의 다리를 발로 차 전치 2주의 상해를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한진그룹 계열사인 인천 하얏트호텔 공사현장에서 조경 설계업자에게 폭행을 가하고, 공사 자재를 발로 차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31일 이씨에 대해 특수상해·상해·특수폭행·특정범죄가중법(운전자폭행)·상습폭행·업무방해·모욕 등 7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특별한 죄의식 없이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모욕·상해를 지속해서 가하는 등 그 사안이 중대함에도 범행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구속영장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달 4일 이씨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범죄 혐의 일부의 사실관계와 법리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피해자들과 합의한 시점과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피의자가 합의를 통해 범죄사실에 관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고, 그 밖에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