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이번 6·13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서울 외국어고,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평소 이들 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은 유권자들은 각 후보들이 내놓은 교육정책을 감안해 투표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이모(44·여)씨 역시 일찌감치 사전투표를 마친 상태다. 이씨는 “아무래도 만나는 사람이 학부모다 보니깐 사석에서 교육감 공약 얘기가 나온다”며 “정치 성향도 중요하겠지만 애들 키우는 학부모들은 자기들 교육관에 따라 투표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외고·자사고 폐지 문제는 이미 지난해 한바탕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서울지역 자사고 학부모들은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외고·국제중 등 5곳에 대한 재지정 평가결과를 앞두고 대규모 반대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평가 결과 해당 학교 모두 지정취소 기준 점수(60점)를 넘겼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당시 교육감이었던 조희연 후보가 여론을 의식해 뒤로 물러선 게 아니냐고 비판을 가했다. 하지만 조 후보는 “자사고, 외고 존폐는 교육청의 평가 행위와 분리된 별도의 영역”이라며 “하루아침에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하기보다 시행령 개정 등 일반고 전환을 위한 ‘연착륙’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교육부는 교육자치 강화 방안 중 하나로 외고·자사고 지정 및 취소 시 필요했던 교육부 동의 절차를 폐지하고, 각 시·도 교육감에게 권한을 위임했다.
때문에 외고·자사고와 관련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다. 우선 재선에 도전하는 조 후보는 출마 선언 초기부터 자사고·외고 폐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조 후보는 “외고·자사고 폐지는 회피할 수 없는 국민적 의제”라며 “외고와 자사고 설립 근거 조항을 삭제해 일반고로 전환해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경쟁자로 나선 조영달 후보와 박선영 후보는 방법론의 차이만 있을 뿐 큰 틀에서는 현행 자사고·외고를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김대중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지내는 등 30년간 교육정책을 연구해온 조 후보는 100% 추첨제를 내걸었다. 조 후보는 “자사고·외고를 유지하면서 100% 추첨제로 바꾸면 수월성 교육을 유지하면서도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 성향의 박 후보는 자사고·외고를 존치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는 고교 완전경쟁체제 도입구상을 내놨다. 박 후보는 “외고·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하향평준화시키는 것”이라며 학교 “학교 선택권을 완전히 보장해 서울 학교 전체가 한 단계 높이겠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9월19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예비 고1을 위한 서울 자사고 연합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오세목 자사고연합회장의 기조발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