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북한 주택 사업에 참여 시 북한의 도시개발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시에 북한을 경제공동체로서 접근하고, 중국 등 경쟁국들과 사업 참여 경쟁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0일 한국건설관리학회가 주최한 통일한반도 건설산업위원회 세미나에서 안병욱 대한건축학회 부설연구소 박사가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건설관리학회
한국건설관리학회는 20일 서울시 중구 월드컬쳐오픈 2층에서 '격변하는 한반도 국토건설의 미래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통일한반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북한 주택 개선과 노후 주택 관리 시스템 개편을 위한 정책적·법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강연이 진행됐다.
이종석 통일한반도 건설산업위원장은 "남북한 교류 시대의 남북한 전문가가 꿈만 갖고 접근하는 게 아니라 각자 무엇을 할지 찾아봐야 한다"며 "건설업에서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강연을 맡은 안병욱 대한건축학회 부설연구소 박사는 '통일대비 북한 주거공급 및 인프라 조성방안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안병욱 박사는 통일 전후 인구 이동에 따른 대비의 필요성을 독일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안 박사는 "독일의 경우 통일 정책의 부재로 분단 후 통일까지 460만여명의 이주자가 발생했다"며 "주택공동화 현상이 발생하면서 기존주택의 상당수인 12만채가 철거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북한에서 내려온 이주민이 3만명 정도라서 더 심각할 수 있다”며 “북한 개발 계획과 연계한 사전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주택만 공급하고 자생적인 개발이 뒤따르지 않으면 대규모 이주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산업단지 투자 시스템을 강구하고 교육훈련을 포함한 주거 정책도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희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북한 주택현황과 향후 과제'를 발표하며 경제공동체로서의 접근법을 짚었다. 우선 최상희 연구원은 북한의 가구 실태는 동거가구 비중이 30%를 차지해 향후 가구분화가 이뤄지면 주택 건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북한의 공동주택 비율은 32.5%로 비교적 높으며 30년 이상 노후주택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북한 주택 보급률은 70% 내외로 추정된다"며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약 2만호 수준으로 주택이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시 주택부족에 따른 시장 성장과 거주실태를 파악해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며 "경제공동체 모델로 주택문제를 해결할 점진적 성장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상욱 개성공업지구 부장은 '개성공업지구의 의의와 미래전략'을 주제로 북한 주택사업의 미래와 한계를 내다봤다. 변상욱 부장은 개성공업지구 생산액이 북한 국민총소득의 1.5%였던 사실을 토대로, 남북관계 개선 시 개발과 건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변 부장은 남북 경협의 한계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개발이 본격화되면 중국, 일본, 러시, 싱가포르 등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변 부장은 “중국은 2010년 남북경협 중단 이후 남한을 대체하고, 싱가포르는 북한과 NGO를 통해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며 “정부는 북한과 협의과정을 거쳐 북한개발의 동반자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또 “지식전수 프로그램의 운영해 사유재산에 기초한 각종 제도 전수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