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최근 헬스장을 등록해 운동을 시작한 A씨는 운동 후 상당히 뻐근한 근육통을 느꼈다. 오랜만에 운동을 시작했기에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거라 생각했지만 심해지는 근육통과 함께 갈색빛의 소변까지 나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으니 이름도 낯선 '횡문근융해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횡문근은 신체를 움직이는 부위에 붙어있는 가로무늬 근육이다. 고강도 운동은 에너지 소모량 증가를 야기해 근육으로 공급될 에너지를 부족하게 한다. 이 때 근육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면 근육 세포막이 손상돼 근육 세포내 물질인 마이오글로빈, 칼륨, 인 등이 방출되면서 체액으로 유입된다. 이는 곧 신장이나 심장 등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횡문근융해증의 원인은 크게 외상성 요인(타박상, 지속적 압력)과 비외상성 요인(알콜 및 약물 남용, 간질발작 등)으로 나뉜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횡문근융해증의 주된 원인은 외상성 근손상(62%)으로, 알콜 남용(6%), 간질 발작(6%)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횡문근융해증은 모든 사람에게 생길 수 있으나 평소에 운동을 잘 하지 않다가 고강도 운동을 지속한 경우 또는 더운 날씨에 충분한 수분 보충 없이 활동을 지속하는 경우에 쉽게 생긴다. 특히, 스피닝과 크로스핏 같은 저중량 운동을 장시간 반복적으로 하거나, 고중량의 근육 운동을 짧은 시간안에 반복해서 할 경우 횡문근융해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횡문근융해증은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을 앞두고 환자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한 대형병원의 운동유발성 횡문근융해증의 임상 양상을 분석한 결과, 전체 횡문근융해증 환자(142명) 가운데 여름철(6~8월, 33.1%) 발생이 가장 많았으며, 가을(9~11월, 26.8%), 봄(3~5월, 20.4%), 겨울(12~2월, 19.7%) 순으로 나타났다.
여름철의 경우 휴가를 앞두고 몸만들기에 집중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만큼 횡문근융해증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분석이다. 신정호 중앙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평소 훈련되지 않았던 근육에 갑자기 높은 운동 요구량이 주어지면 근육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세포 손상으로 인한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한다"며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이에 따른 신장 손상의 예방을 위해 빨리 병원을 내원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횡문근융해증의 전형적인 증상은 극심한 근육통과 국소부위 부종, 전신 무기력감, 진한색의 소변 등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운동 후 느끼는 일시적인 근육통이나 감기몸살로 여겨 방치하기 쉽다. 특히 운동으로 뭉친 근육통으로 생각해 운동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증상이 악화될 경우 부종과 함께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치료법은 충분한 휴식을 통해 근육 손상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수액 요법과 전해질 보충을 통해 근손상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체액 및 전해질 이상을 교정하는 것이다. 또 주요 합병증인 급성 신부전증의 예방을 위한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 자칫 투석 치료가 필요한 신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생 초기의 집중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횡문근융해증 예방을 위해선 갑작스럽게 높은 강도의 운동보다는 단계적으로 운동의 양과 강도를 늘려야 한다. 기온과 습도가 너무 높은 곳에서 운동할 경우엔 특히 횡문근융해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갑작스런 고강도 운동은 근육 세포막을 손상시켜 근육 세포내 물질인 마이오글로빈, 칼륨, 인 등이 방출되면서 체액으로 유입돼 신장이나 심장 등에 문제를 일으키는 횡문근융해증을 유발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