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수입차 업계가 잇따라 품질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그러나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상황에도 사과는 뒷전이고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만 보여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26일 메르세데스-벤츠 트럭 차주 48명이 독일 다임러AG 본사 및 다임러트럭코리아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에 제기했다. 수 차례 부품 교환에도 불구하고 안전 관련 문제가 지속돼 사망, 부상, 운행 중단 등 피해를 입었으니 배상하라는 게 소장의 골자다.
차주들은 특히 회사 측이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문제를 제기한 부품은 조향 장치, 제동 장치 등 17가지에 달한다. 소송 대리인인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차량 문제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현재 제기한 소송금액은 사망자 1억원, 부상자 각 2000만원 등 총 4억10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유해가스 배출량을 속였을 가능성이 제기돼 한국 정부가 조사에 나선 지난 21일, 메르세데스-벤츠 화성 쏘나PVC코리아에서 환경부 관계자들이 검사 대상 차량에 대해 봉인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다임러트럭코리아 측은 공식 답변자료를 통해 "일부 고객들이 주장하는 차량 관련 불만이나 문제점은 주행 중 안전에 영향을 끼치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해당 고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화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제시(또는 시행)해 왔다"고 일축했다.
이어 "지난 18일 리타더, 프로펠러 샤프트, 파이널 드라이브, 사이드 스커트 등 4개 품목에 대한 보증 연장(주행 거리 무제한, 5년) 건을 공지했는데 이는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의 보증 기간을 적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차주들은 다임러트럭코리아 본사가 있는 서울스퀘어 앞에서 결함 시정조치 요구 집회를 갖고 회사측이 차량 교환이나 환불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 변호사는 "현재 제기한 소송 금액은 일부 청구로서 앞으로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 소송은 이뿐 만이 아니다. 지난달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는 '2차 디젤게이트(배출가스 조작)'로 추가 소송에 휘말렸다. 지난 2015년 유로5 엔진 배출가스 조작으로 1차 소송이 제기됐고, 이 소송 소멸시한(2018년 9월 17일)이 도래하기도 전에 유로6 엔진에 대해서도 조작한 사실이 환경부 조사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1차 소송에 참여한 사람만 5000여명에 이른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이 건에 대해 문제 발생 1년 6개월여가 지난 올해 초에야 사과문을 발표하고 새로운 엔진을 장착한 '티구안' 신형 모델을 출시했다. 그러나 배출가스 추가 조작이 드러나면서 당장 판매를 위한 해명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와 함께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벤츠, BMW 등 5개사가 원가 절감을 위해 디젤엔진 질소산화물 제거에 사용하는 요소수 탱크 크기를 8리터로 제한한 행위(담합)에 대한 소비자 소송도 진행 중이다. 요소수 탱크 크기가 적을 수록 주행거리가 짧아져 서비스센터를 자주 가야 한다. 이에 대한 회사 측의 공식 사과문은 발표된 바 없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