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일상이 야근이에요. 낮은 사업비와 비현실적으로 짧은 사업기간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대해 예외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현장에서는 여전히 우려로 가득하다. 내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은 주 52시간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 간담회에서 "ICT 업종은 서버다운과 해킹 등 긴급장애 대응 업무도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로 기업 고객을 상대로 시스템통합(SI) 및 시스템유지보수(SM) 서비스를 제공하는 IT서비스 업계에서는 사업비와 사업기간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주 52시간 근무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SI 업종의 특성상, 사업기간과 사업비에 맞추기 위해 최소한의 인력으로 야근과 주말근무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긴급장애만 연장근로로 인정하겠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란 지적이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27일 "중소·중견 SI 기업들이 주로 하는 공공 SI사업은 사업기간이 짧고 사업비 수준이 낮다"며 "적정한 대가가 지급돼야 기업들이 인력을 더 채용해 주 52시간 근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와 소프트웨어(SW) 관련 유관단체 12곳은 업계 의견을 모아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국회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직원이 보안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안관제 서비스를 주로 하는 정보보안 기업들도 주 52시간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해커의 공격을 한 번만 받아도 시스템 및 해당 기업이 입는 타격은 크다. 때문에 보안관제 서비스는 24시간 근무가 필수적이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보안관제 서비스는 24시간 제공돼야 하므로 야간·휴일근무가 필수적이고 사이버위기 단계가 격상되면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일이 잦은데 긴급 장애시에만 특별연장근로를 인정하는 것은 현장과 맞지 않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24시간 서비스를 해야 하는 통신 업계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특히 자본과 인력을 갖춘 이동통신 3사보다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걱정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종사자들은 24시간 서비스를 위해 교대근무를 하면서도 수시로 연장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인 이통 3사만 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하면 협력사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판매점과 대리점에서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앞두고 개통 전산시스템 운영 시간을 단축하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삶의 질과, 영업권리를 주장하는 유통망 단체 간 의견이 달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통 3사의 의견도 갈렸다. SK텔레콤과 KT는 긍정적인 반면 LG유플러스는 회의적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