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2013년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 피해투자자들이 동양그룹과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을 상대로 낸 증권관련집단소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5일 서모씨 등 피해투자자 대표 5명이 동양그룹과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낸 증권관련 집단소송 허가신청 사건 재항고심에서 집단소송을 불허한 원심을 깨고, 원고의 신청을 받아들인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번 판결은 14년 전인 2004년 1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시행된 이래 대법원이 소송허가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한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쟁점은 총원, 즉 피해자 범위가 조정되면서 대표당사자 중 일부가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 피해자들이 나머지 대표당사자들 만으로 집단소송 허가를 신청할 수 있느냐였다. 1, 2심은 부정했지만 대법원은 적극적으로 해석해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표당사자로 선임한 자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실이 밝혀지거나 총원 범위 변경 신청으로 대표자 중 일부가 총원 범위에서 제외돼 당사자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법원은 요건 없는 자들을 제외하고 총원 중 대표당사자가 될 사람이 있는지, 소송허가 신청이 요건을 갖췄는지 심리해 요건을 갖췄다면 증권관련집단소송을 허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이유로, 증권관련집당소송법에 의하면 ▲대표당사자는 복수일 필요가 없고, ▲법원은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자와 집단소송허가를 신청하는 구성원 중 요건을 갖춘 자를 대표당사자로 선임할 수 있는 점 ▲총원의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에서도 총원 범위 변경신청서에 기재된 총원 범위에 의하면 1심법원이 선임한 대표당사자들 중 재항고인 5명 중 2명이 구성원에 해당하지 않게 됐더라도 다른 대표당사자들인 재항고인 3명이 구성원으로 남아 있는 이상 원심으로서는 원고들의 증권관련집단소송을 불허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현재현 회장 등 동양그룹 경영진은 2013년 지난 7~9월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1568억원 상당의 동양그룹 회사채와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판매한 직후 ㈜동양·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 등 계열사 3곳에 대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5만여명의 투자자에게 2조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
이에 서씨 등 피해자들 중 1254명은 동양 측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었다면서 회사채를 발행한 동양그룹과 투자자 모집주관사인 당시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증권관련집단소송을 내기로 하면서 법원에 이를 허가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1심은 각하했다. 2013년 10월 개시돼 2016년 2월 종료된 회생절차에서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자신들의 손해배상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 않아 채권이 실권됐다는 이유였다.
나머지 회생채권신고자들이 즉각 항고하면서 피해자 범위를 ‘256∼258, 260∼268회차 회사채 취득?보유자’에서 ‘262~268회차 회사채 취득·보유자’로 축소해 달라는 총원 범위 변경을 신청했지만 2심 역시 각하했다. 이번에는 피해자 범위 조정으로 대표당사자 중 2명이 해당 회차의 회사채를 갖지 못해 당사자 요건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에 대표당사자들이 재항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증권관련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긴 했지만 입법 자체의 불완전함과 소송허가 요건의 불명확성, 선례 미비 등으로 소송 활용 자체가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면서 "이번 판결은 증권관련집단소송의 소송허가 절차를 명확히 해 입법의 불비로 인한 소송절차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