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라디오헤드는 계속해서 음악을 발전시켜왔죠. 만족하지 않고요. ”
세계적인 신스팝 듀오 혼네(HONNE)는 13일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음악이 자신들에게 준 영향을 이렇게 소개했다. “매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그들은 그들 만의 진실되고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냈어요. 근데 또 좋은 소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았죠. 그 방식을 우리가 사랑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제임스 해처)”
‘혼네’라는 팀명이 만들어 지기도 전이었다. 대학생이었던 제임스 해처(프로듀서)와 앤디 클루터벅(보컬·앤디 클러터벅)은 열렬한 록 키드였고, 라디오헤드를 공유하며 친해졌다. 밴드의 진실되고 독특한 사운드를 자세히 뜯어보며 그들은 음악 꿈을 차근차근 키워갔다.
“소리의 측면에서 보자면 그들(라디오헤드)의 일렉트로닉적 사운드를 굉장히 좋아하기도 했어요. 당시는 우리가 일렉트로닉 음악에 깊게 빠져 있던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라디오헤드가 우리의 음악 제작 방식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라고요.(제임스 해처)”
영국 얼터너티브 록밴드 라디오헤드. 사진/뉴시스
2014년 영국 런던에서 마음이 맞은 둘은 듀오를 결성했다. 당시 일본을 자주 간 제임스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혼네(本音)’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혼네는 우리 말로 ‘속마음’, ‘진심’이란 뜻이다. “딱 일본어를 찾자고 생각한 건 아니었고 우연히 발견한 단어였죠. 우리가 하고 싶은, 우리에게 진실된 음악과 의미가 같아 보여 고르게 됐어요. 우리가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곡들은 ‘진심’이고, 우리 마음의 개인적인 곳에서 나온 곡들이에요.(앤디 클루터벅)”
진심을 담아내는 이들의 음악은 ‘행복한 타협’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앤디가 가사와 멜로디의 기본 틀을 만들면 제임스가 음악 형태로 발전시키는 식이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 날도 종종 있지만 다음날이 되면 둘 중 한 명이 마음을 바꾼다.
“우린 죽을 때까지 싸워요. 농담.(앤디 클루터벅)”
“하하 맞아요.(제임스 해처)”
“레슬링도 합니다. (앤디 클루터벅·제임스 해처)
“하하하. 사실 다음날이면 둘 다 마음을 바꿔요. 보자마자 ‘네가 맞았어’, ‘아니 네가 맞아’라고 하다가 또 다시 싸우기도 합니다. 음악을 하기 위해선 가끔 타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말이죠. 그래도 우린 꽤 행복하게 타협하는 편인 것 같아요. (앤디 클루터벅)”
지난해 '서울재즈페스티벌 2017' 혼네의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 사진/프라이빗커브
클래식한 소울에 감각적인 신스 스타일을 추구해 온 이들의 음악은 세계에서 대표적인 ‘감성 음악’으로 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데뷔곡 ‘웜 온 어 콜드 나이트(Warm On A Cold Night)’이 광고 음악으로 사용되며 점차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2016년 첫 내한 공연은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고, 추가 공연까지 이뤄질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지난해에는 ‘서울재즈페스티벌’,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고, 올해는 오는 27~29일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리는 ‘사운드시티’ 참석차 내한한다.
해마다 한국을 찾고 있는 셈이니, 한국과 한국 팬들에 대한 인상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궁금했다. “한국에서의 첫 무대에 섰을 때를 잊을 수 없어요. 관객들이 모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즐거워 해서 너무나도 놀랐습니다. 그 날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로 기억되고 있어요.(제임스 해처)”
“동계올림픽 때도 한국을 응원했고,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응원했어요. 요즘 한국은 세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나 역시 한국을 정말 사랑하고, 빨리 가길 기다리고 있어요.(앤디 클루터벅)”
한국을 배경으로 한 혼네의 'Me & You' 뮤직비디오. 사진/유튜브 캡처
올해 3월 앨범 ‘데이 원(Day 1)’을 발표하면서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앨범 발매에 맞춰 많은 댄스팀들이 유튜브에 안무 영상을 올렸고, 그 중 혼네는 한국 안무팀의 영상에 깊이 매료됐다. 앤디는 “정말 멋진 안무라고 생각해 앨범 수록곡 ‘Me & You’ 뮤직비디오 제작을 요청했다”며 “정말 완벽하게 해내줬고 기회가 되면 실제 출연한 아이들을 꼭 만나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 듀오는 기존에 발표했던 곡을 포함해 공개하지 않은 신곡도 들려줄 계획이다. 행복하고 에너지가 넘칠 수 있는 무대 구성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 사랑’이 넘치는 이들은 공연 후에 이태원과 홍대, 경동시장으로 이어지는 ‘멋진’ 여행 코스도 꿈꾸고 있다. 제임스는 “최근 휴가를 한국에 1주일 동안 온 적 있는데, 한국이라는 나라와 사랑에 빠졌다”며 “당시 목요일 새벽 1시쯤 홍대 노래방 근처에 거대한 무리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서울의 완전히 다른 면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의 신스팝 듀오 혼네(HONNE).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마지막으로 음악 생활 동안 ‘명장면’이 무엇이었냐는 물음에도 대답은 ‘한국’이었다.
“한국 첫째 날, 한국 둘째 날, 하하(앤디 클루터벅)”
“나는.. 서울재즈페스티벌의 첫째 날 공연이라고 하고 싶은데. (제임스 해처)”
“그리고 우리가 Yes24라이브홀에서 처음 했던 단독 공연 첫 날도(앤디 클루터벅)”
“(서재페는)열기도 대단했고,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에 대해 인정을 받는 특별한 기분을 느꼈으니까. 앤디가 세 번째 명장면을 얘기해줄 거에요.(제임스 해처)”
“그리고 유희열의 스케치북. 하하. 그게 우리의 세 장면이에요.(앤디 클루터벅)”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