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변, '양승태 상고법원제' 무조건 지지한 적 없다"

이헌 전 구조공단 이사장 "논의 조건으로 법관 구성 다양화 등 수용 요구"
"법무부 상대 '해임처분 무효소송' 안 해…정치보복이라면 희생자로 남겠다"

입력 : 2018-07-18 오후 7:54:54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헌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18일 변호사로 복귀했다. 친정격인 홍익법무법인에서 2년만의 새출발이다.
 
이 전 이사장의 변호사 복귀가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10년 가까이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를 역임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공동대표로 활동한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제도 도입을 위해 사법행정권을 휘두를 때에도 보수성향 변호사단체 수장으로 상고법원제 논의에 직접 참여했다.
 
최근 검찰 조사 등을 통해 드러난 비밀문건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 재임시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제를 반대하는 진보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맞수로 시변을 영입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 역시 여러 의혹으로 법무부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은 이 전 이사장은, 변호사로 복귀하기 전 상고법원제 논란이 절정을 이뤘던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의 기록을 되짚어봤다고 한다.
 
이 전 이사장은 당시 기록과 기억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시변은 법원행정처가 제안한 상고법원제를 그대로 수용한 적이 없다. 오히려 법관구성의 다양화 등을 수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또 법무부의 해임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전면적인 법정 분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소송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장은 “구조공단 이사장으로 근무한 시간은 매우 보람 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면서 “이런 것이 정치보복이라고 한다면 그냥 희생자로 남겠다”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과 이날 전화로 만나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이헌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현직에 있던 지난 2017년 10월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법제사법위원회의 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정부법무공단·IOM이민정책연구원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시변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법원행정처를 지지해 상고법원제 도입에 찬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 문제가 시끄러워서 아예 기록을 찾아봤다. 2015년 3월쯤이다. 그때 상고법원에 대해 토론회 때 시변 공동대표로 나간 적이 있었다. 책자도 있다. 당시 시변은 법원행정처의 상고법원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당한 조건을 달았다. 법원행정처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 적지 않았다. 예를 들면 상고법원 법관 구성을 엘리트 법관으로 제한해서는 안 되고 구성을 다양화 해야 한다든가 심리불속행제 폐지, 국선대리를 포함한 국선변호사 강제주의로 상고심이 운영되고 이것이 합의부 재판까지 가야 한다는 조건 등이다. 이런 최소한의 조건들이 성취가 된다면 상고법원도 상고심 폭주로 국민의 권리구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시변 입장이었다. 즉 조건부 찬성이었다.
 
이 의견이 당시 대한변협 입장과는 달랐을지 몰라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는 일치했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 과반수가 시변 의견과 같았다. 문건에는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민변에 대응해서 시변 측에 작업을 하는 것으로 얘기가 돼 있는 것 같은데 시변은 법원행정처가 제안한 상고법원제를 그대로 수용한 것은 아니었다.
 
의견 교류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전화 통화나 식사자리에서 토의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법조인들간 만남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고, 당시, 2014년 하반기쯤 부터 워낙 상고법원제도에 대한 논란이 고조됐던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입장을 정리했고 그런 입장을 얘기한 것이기 때문에 그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상고법원 문제가 해결이 됐더라면(활발하게 토의가 됐더라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원행정처가 시변을 상고법원제 도입을 위한 파트너로서 지목하고 정례적으로 의견을 교환한 것은 아닌가.
 
(제가 알기로는)그런 것은 아니다. (법원행정처)내부적으로 그렇게 정했는지 여부는 모르겠으나. 어떤 정책이 입안됐을 때 연락하고 입장이 어떤지 서로 알아보고 하는 것은 있었던 것 같다. 상고법원제도 도입 문제로 토론하러 나가는 과정에서 그런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전화나 만나서 의견을 확인하고 그랬던 것 같다.
 
당시 공동대표였는데, 법원행정처와 시변간 상고법원제도 문제에 관한 채널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아니다. 굳이 채널이 따로 필요 없는 것이 언론을 통해 상고법원제도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입장은 정리가 됐었다.
 
직접적으로 묻겠다. 법원행정처로부터 상고법원제도 도입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나.
 
그런 단계는 이미 넘어갔었다. 우리가 입장을 정리하고 그런 때는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제 도입을 굳히고 난 뒤다. 매우 곤란한 것이 상고법원 찬성하면 사법부내 적폐세력이 된다. 그 당시에는 상당히 많은 분들이 상고법원 제도 도입을 찬성했다. (상고법원 제도 도입 반대 논리로)대법관 증원 대안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몇명이나 증원해야 하느냐는 문제에서 논의가 더 나아가지 못했다. 그 외에도 현행 제도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 독일처럼 대법관이 수십명을 두는 것이 방법이라는 주장 등 의견이 많았다. 논란에 논란이 계속되던 상황이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재직시, 독선적인 공단 운영과 예산 집행으로 법무부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다.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냥 제가 감당하기로 했다. 이 문제는 법무부가 구체적인 해임사유로 열거한 것을 떠나서, 저로서는 우리 직원들, 간부들이 물러나라고 요구한 것이 가장 큰 것이다.
 
그 부분을 기관장으로서 그동안 애써왔던 직원들 상대로 해서 이 문제를 추문한다는 것이 참 고민이었다. 제가 먼저 나서서 소송을 제기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했다. 법률공단에서 일한 시간은 참 보람이었고 좋았다. 그런 것들을 소제기를 통해서 더럽히고 싶지 않다. 이것이 정치보복이라고 한다면 그냥 제가 희생자로 남고 싶다. 제가 근무했던 기간이 나중에라도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기쁘겠다.
 
과거 공동대표로 활동했던 시변(현재는 한반도 인권·통일 변호사모임)이 상대적으로 보수 변호사 단체로 분류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활동할 계획이 있는가.
 
(활동을)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주변정리와 업무정리를 한 다음에 생각할 문제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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