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내 스마트폰 대표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익률 하락에 고전 중이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2조원대로 내려앉았고, LG전자는 13분기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인 수출 효자 지위도 낮아지고 있다. 프리미엄·중저가폰 물량 확대를 통해 부진을 타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시장 침체와 중저가폰 비중 확대에 따라 수익률 둔화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31일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4조원, 2조67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업계에서 예상한 영업이익 2조2000억~2조5000억원 보다 많지만 지난해 2분기(4조600억원)는 물론 전분기(3조7700억원)보다 감소했다.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원, 전분기 대비 4조원 줄어들었다. 이에따라 영업이익률은 11.1%에 그쳤다. 애플과 특허소송 종결로 인한 지출도 일부 포함되면서 전년 동기(13.5%)와 전 분기(13.2%) 대비 모두 감소했다.
LG전자 상황은 더 심각하다. MC사업본부 2분기 매출이 2조700억원으로 G시리즈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1854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전분기 대비 손실액이 500억원 가량 확대됐다.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짜고 있지만 G7씽큐의 판매가 저조했고, 판매 진작을 위해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 결과다.
양사의 실적 둔화는 한국 스마트폰 위상 약화와도 결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1~4월 휴대 단말기 수출액은 48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6% 급감했다. 이는 1~4월 기준으로 2003년(45억5305만달러) 이후 1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올해 수출액은 75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91억1000만달러 대비 17.5% 줄어들었다. 수요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의 성장이 뚜렷해지면서 제품 경쟁력이 후퇴한 탓이다.
분위기 쇄신 방안으로 기존 제품과 출시 예정인 프리미엄폰의 판매 촉진, 중저가 제품 비중 확대가 논의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9일 갤럭시노트9 조기 출시에 나선다. 이경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조기 출시와 합리적 가격 책정을 통해 전작 대비 더 많은 판매가 예상된다"며 "판매 단계별로 당사의 모든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중저가 제품에 최신 기술을 적극 적용해 가성비 전략도 강화한다. LG전자 전략도 비슷한 맥락이다. G7씽큐와 V35씽큐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100달러 대의 저가 스마트폰 출시를 확대해 분기 단위 매출 2조4000억원 수준을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하반기는 이제까지 플랫폼 모듈화 등 전략으로 쌓아 온 제품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물량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중저가폰 비중 확대는 수익성에 치명타다. 때문에 수익률 둔화가 장기화 국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3분기에는 신제품 효과를 누리겠지만 연간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LG전자는 적자 축소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 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분간 1000억원대 적자가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이에따라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혁신제품 개발을 주도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인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과 5G 기술선점 등을 논의하고 있고, LG전자는 차기작에 전면 듀얼 카메라, 후면 트리플 카메라 등 총 5개의 카메라 탑재 등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도를 높이려다 보니 혁신에 뒤처지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다방면에서 혁신제품 개발을 주도해 수요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