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현동 전 국세청장 무죄 판결 '발끈'…"즉각 항소"

"불법 공작 핵심 역할 수행…무죄 선고 수긍하기 어려워"

입력 : 2018-08-08 오후 2:55:47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가정보원 대북공작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해 검찰이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손실·뇌물) 혐의를 받는 이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검찰은 먼저 국고손실 혐의의 무죄에 대해 "재판부는 이 전 청장이 해당 공작을 국정원의 정당한 업무로 인식했을 수 있고 국세청 입장에서 국정원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이 전 청장에게 국고손실의 범죄의사와 가담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지만 이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청장은 범행 당시 '전직 대통령 비자금 의혹 폭로'라는 국정원 업무와 무관한 정치적 의도에서 공작이 실행되는 것이라는 불법적 목적을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국세청이 스스로 액수를 정해 국정원에 자금을 요청한 후 국정원 자금을 전달받아 국세청 해외 정보원에게 은밀한 방법으로 직접 전달하는 등 불법공작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것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런 사실들이 확인된 상황에서, 이 전 청장의 행위를 '국고손실의 고의가 없다', '가담 사실(기능적 행위지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 선고한 것은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결국 재판부 논리대로라면, 국정원이 이런 불법적 요구를 하면 국가기관이 그대로 따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동의할 수 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뇌물 혐의에 대한 무죄 판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공여자인 국정원 직원, 원세훈 전 원장, 국세청 간부 등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것을 무죄 판단의 이유로 들었지만, 이들은 검찰수사 이래 법정에 이르기까지 뇌물혐의에 부합하는 증언을 일관되게 유지했다"면서 "이 전 청장의 진술을 믿고 이들의 진술을 배척한 재판부의 판단에도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는 이날 이 전 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청장의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 "국정원의 비자금 추적 사업에 대한 정치적 의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보인다"면서도 "정보 활동 배후에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국정원 직무 범위에서 완전히 배제된다고 볼 수 없고, 국가기관인 국정원의 요청을 선뜻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 등 관련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로 판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7일 진행된 이 전 청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범행을 전면 부인하면서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징역 8년에 벌금 2억4000만원을 구형했다.
 
이 전 청장은 2010년 5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요구에 따라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 박모씨를 통해 대북공작금 총 5억3500만원과 5만달러를 비자금 추적 명목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1년 9월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란 원 전 원장에게 활동비 지원을 요구해 국세청장 접견실에서 국세청장의 활동 자금 명목으로 대북공작금 1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았다.
 
MB 재임 시절 故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와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5월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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