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헌법재판소가 수사기관의 인터넷 회선 중간 감청을 말하는 '패킷감청'은 국민의 통신과 사생활 비밀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목사 문모씨가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패킷감정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인터넷회선 감청에 관한 부분이 집행 단계 이후 객관적 통제 수단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청구인의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며 이의 근거가 되는 통신비밀보호법 5조2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당장 심판대상 조항을 단순 위헌으로 무효화 할 경우 발생할 법정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0년 3월31일까지만 효력을 인정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인터넷회선 감청으로 수사기관은 타인 간 통신 및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하는 통신자료까지 취득할 수 있게 된다”며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법원의 허가 단계에서는 물론이고, 집행이나 집행 이후 단계에서도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관련 기본권 제한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입법적 조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또 “‘패킷감청’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넷회선 감청은 수사기관이 실제 감청 집행을 하는 단계에서는 해당 인터넷회선을 통해 흐르는 불특정 다수인의 모든 정보가 패킷 형태로 수집돼 일단 수사기관에 그대로 전송되기 때문에, 다른 통신제한조치에 비해 감청 집행을 통해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자료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방대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 현행 통비법은 관련 공무원 등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고, 통신제한조치로 취득한 자료의 사용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것 외에 수사기관이 감청 집행으로 취득하는 막대한 양의 자료의 처리 절차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 “심판대상 조항은 기본권의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범죄수사 목적을 이유로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신제한조치 허가 대상 중 하나로 정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여건 하에서 인터넷회선의 감청을 허용하는 것은 개인의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게 된다”면서 “이는 심판대상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 사이의 법익 균형성도 인정 안 돼 결국 과잉금지원칙 위반으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5조2항은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 해당자가 송·수신하는 특정 우편물이나 전기통신 등을 대상으로 통신제한조치가 허가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씨는 국보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도중 국정원이 지난 2015년 3월30일부터 약 한달 간 자신 명의로 된 인터넷 전용회선을 감청한 사실을 알고 이듬해 3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헌재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