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초·중등 교원들 외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일체 금지한 교원노조법 2조(심판대상 조항)는 교육공무원과 그렇지 않은 모든 대학교원들의 단결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행정소송 중인 교수노조가 "대학교원의 노조 설립 금지규정인 교원노조법 2조는 헌법상 기본권인 단결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신청을 받아들여 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단순위헌으로 결정할 경우 초·중등 교원들에 대한 교원노조 설립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런 혼란을 피하기 위해 심판대상 조항을 2020년 3월 31일까지 잠정 적용하도록 명했다. 국회가 이 때까지 개정하지 않으면 교원노조법 2조는 효력을 상실한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헌재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심판대상조항은 교육공무원 아닌 대학 교원에 대해 단결권을 비롯한 일체의 근로3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자유권적 측면의 근로3권과 관련이 깊다"면서 "단결권에 대한 제한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기본권제한 입법의 한계 내에 있기 위해서는 정당한 입법목적을 위한 필요 최소한의 제한이 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대학 교원 임용 제도는 전반적으로 대학 교원의 신분을 보호하기보다는 열악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변천돼 왔다"며 "특히 2002년 이후에는 기간뿐만 아니라 여러 근로조건을 계약으로 정해 임용·재임용 하도록 하는 교수 계약 임용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고, 최근에는 대학 구조조정, 기업의 대학 진출 등으로 단기계약직 교수, 강의 전담교수 등이 등장하는 등 대학교원의 임금,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 등을 위한 단결권의 보장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수협의회는 교수들의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 대학 측을 상대로 교섭할 권한이 없고 역할도 해당 학교의 문제에 국한되어 교육부 혹은 사학법인연합회를 상대로 근무조건의 통일성 등에 관하여 교섭할 수도 없다"면서 "그렇다면 교육공무원이 아닌 대학 교원들의 단결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필요 이상의 과도한 제한으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공무원 아닌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교육공무원인 대학교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교육을 통해 국민 전체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직무수행은 ‘교육’이라는 근로를 제공해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충족시키는 특성이 있는 한편 직업공무원관계의 특성인 공법상 근무·충성 관계에 따라 국민과의 관계에서 중요하고 독자적 결정권한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 교육공무원에게 근로3권 일체를 불허하는 것으로, 합리성을 상실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대학의 자율성 보장이나 학칙에 의한 교수협의회 등은 연구와 교육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학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일 뿐"이라며 "이런 제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학교원의 단결의 필요성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입법형성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대학교원은 초·중등 교원과 달리 정당가입과 선거운동 등 정치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적 지위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면서 "심판대상 조항이 대학교원과 초·중등 교원을 달리 취급하더라도 이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심판대상 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냈다.
교수노조는 2015년 4월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교원노조법 2조 본문이 교원 노동조합의 가입범위를 초·중등교원 제한하고 있다"면서 반려하자 노동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 계속 중 교수노조는 교원노조법 2조 본문이 대학교원의 단결권 등을 침해해 위헌임을 주장하면서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