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BMW 리콜사태가 30일째를 맞은 가운데 정부가 후속 조치를 잇따라 내놨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0일 시작된 BMW 리콜은 이달 16일 기준 23.5%의 이행률을 보이고 있다. 리콜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등 사태 파문이 좀 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집단소송제 확대 카드를 꺼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한국소비자원 서울지원에서 열린 현장 정책 간담회에서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 방안을 밝혔다. 박 장관은 "실효적인 피해를 구제하고 사전 예방을 위해 소송허가요건, 집단소송절차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법무부는 정기 국회에서 법안심사를 적극 지원해 조속히 제도가 도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해당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현재 국내에는 증권 분야에만 도입됐지만 BMW 사태를 계기로 다른 분야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정부는 지난 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자동차리콜 대응체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제작결함 은폐·축소에 대한 과징금을 신설했고, 리콜 시 과징금 수준을 현재 매출액의 1%에서 3%로 상향해 제조사의 법적 책임성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제조사가 결함을 인지하고 나서 조치를 하지 않아 중대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손해액의 5배 이상을 배상하도록 했고 집단소송제 도입을 검토하는 방안도 담겼다.
정부가 잇따른 방안을 내놨지만 BMW 사태 해결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공청회에서 하종선 변호사가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입증책임이 소비자에게 규정돼있어 BMW 사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다. 우선 법무부가 추진 중인 방안에는 입증책임 전환 내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콜 혁신방안에도 자동차의 결함과 손해간 인과관계는 소비자가 증명해야 하며,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이 소비자에게 결함조사 정보를 제공할 뿐이다.
'BMW 화재 피해자 집단소송' 네이버 카페를 운영 중인 성승환 변호사(법무법인 신원)는 "소비자는 제조사에 비해 자동차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책임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입증책임 주체를 두고 현재 논란이 많고 입법 과정에서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업계의 의견이 반영된다면 기존대로 소비자가 증명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구본승 변호사(법무법인 해온)는 "BMW 피해 차주 중 일부는 집단소송제가 도입된 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다만, 언제 입법될 지 모르고 제조사에 입증책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효과가 반감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조사에 입증책임을 물어야 소비자들이 보다 빠르게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면서 "이번 사태 해결만 놓고 보면 특별법 제정을 통한 소급 입법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