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취재단,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그 만병초가 우리 집 마당에도 있습니다.”
방북 사흘째인 20일 오전 9시33분경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는 백두산 정상 장군봉에 도착했다. 파란 물이 가득 담긴 천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를 처음 방문한 문 대통령 내외에게 이 쪽 저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백두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리 여사가 거들었다. “7~8월이 제일 좋습니다. 만병초가 만발합니다.”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는 장군봉 정상에 마련한 의자와 티테이블에 앉는 걸 사양하고 산책을 계속 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중국 쪽에서는 천지를 못 내려간다. 우리는 내려갈 수 있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어디인지 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남쪽 끝자락에 있는 한라산 백록담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한라사에도 백록담이 있는데 천지처럼 물이 밑에서 솟지 않고 그냥 내린 비, 이렇게만 돼 있어서 좀 가물 때는 마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게 천지를 좀 더 설명해주고 싶었던지 김 위원장은 옆에서 수행중인 보장성원(북측 지원인력)에게 천지 수심 깊이를 물었다. 리 여사가 먼저 “325m다”고 답했다.
리 여사는 “백두산에 전설이 많다.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하늘의 선녀가,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평양 정상회담과 문 대통령의 방북이 새로운 전설이자 역사가 되는 순간이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이번에 제가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다.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도 다 하고….” 라며 감회에 젖었다. 리 여사는 “연설 정말 감동 깊게 들었다”고 화답했다.
“나는 중국으로 가지 않겠다, 반드시 나는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 그렇게 다짐했었습니다.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어요. 그래서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남쪽에서 중국을 통해 백두산을 관광하던 ‘백두산 붐’이 있었다고 소개하며 그때 맺힌 마음을 이렇게 털어놨다. 고대하던 ‘우리 땅’으로 백두산에 오른 벅찬 심경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요” 하며 친근하게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잇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일행은 함께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네 사람끼리도 찍고 양측 수행원들과 단체 사진도 번갈아가며 찍었다. 천지로 내려가기 위해 향도역으로 향하며 리 여사는 김 여사에게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여사가 답했다. “한라산 물 갖고 왔어요.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겁니다.”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 일행은 향도역으로 이동해 천지로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탔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문 쪽에, 김 여사와 리 여사는 안 쪽에 부부끼리 마주 앉은 채로 천천히 내려갔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양 정상 내외는 물가 쪽에서 계속 담소 나누며 산책을 즐겼다.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뒤로 천지가 보인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공동취재단,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