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대중목욕탕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70대 어르신이 한 ‘마을 간호사’의 응급처치로 위기를 넘겼다.
A씨(72·여)의 딸 B씨는 지난달 24일 마포구 홈페이지 ‘칭찬합니다’에 감사의 글을 올렸다. 지난달 13일 A씨 모녀는 함께 마포구 월드컵시장 인근 대중목욕탕을 찾았다.
A씨는 피곤하다며 열탕에 몸을 담갔고 그새 B씨는 씻으러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A씨가 열탕에서 나오지 않았고, 이상하게 여긴 B씨가 열탕으로 갔을 때 이미 A씨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B씨는 소리를 지르며 A씨를 탕 밖으로 꺼내려 했지만 이미 몸이 늘어져 혼자 힘으로 들기엔 역부족이었다.
다들 안절부절하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던 그 때, 문의정 간호사가 다가와 B씨와 함께 A씨를 탕 밖으로 끌어냈다. 마침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던 문 간호사는 상황을 접하자 망설임 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간호사임을 밝히고 119 신고를 요청했다. 이어 조심스레 A씨를 바닥에 눕힌 후 수건을 말아 머리 밑에 대 기도를 확보했다.
주변에서 A씨에게 물을 먹이려고 하자 단호하게 “안됩니다 물 먹이지 마세요”라고 제지한 문 간호사는 2~3분간 A씨의 경부를 압박하고 입에 공기를 불어넣으며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어느 순간 A씨의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고, 문 간호사는 119 도착 직전까지 A씨의 동공을 살피고 대화를 하며 호흡법을 전달했다.
정작 쓰러졌다가 깨어난 A씨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A씨는 “잠든 것 같다”며 어리둥절해 했고, 응급실을 거쳐 9일간 입원한 후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B씨는 “각박한 세상에 보고도 무관심한 경우가 다반사인데 정말 생명의 은인이다. 본인은 아무일도 아닌 거라고 누구나 닥치면 했을 거라는 그런 생각을 가진 분이 바로 의인이다. 그 어떤 것으로도 은혜를 갚을 순 없지만, 선행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마포구 서교동주민센터에서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문 간호사는 65세 이상 어르신과 빈곤 위기가정 등을 방문하고 상담하는 서교동 마을간호사를 맡고 있다. 지난 2016년 마을간호사를 시작해 망원2동을 거쳐 올 10월부터 서교동에서 이웃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문 간호사는 “주변에 있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해 낸 일이며, 간호사라면 누구나 할 일을 했을 뿐이라서 이렇게 알려지게 된 게 오히려 부끄럽다”며 “할머니께서 앞으로 건강관리를 잘 하시길 바라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있다면 당연히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구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건강 관련 상담과 교육을 진행 중인 문의정 마을간호사. 사진/마포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