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세무당국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명의를 도용당한 서류상 대표자에게 세금을 부과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는 김모씨가 노원세무서·중부세무서·서울중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등 부과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6억여원 세금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노원세무서장이 김씨에게 법인세·부가가치세 부과 처분을 했을 때 통상의 주의력과 이해력을 가진 공무원 판단에 의했다면, 김씨가 A회사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실질 주주나 대표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며 "이를 간과해 이뤄진 세금 처분 등은 모두 위법하고 그 하자가 중대·명백해 당연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A회사 설립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진술했는데 A회사의 실질 주주나 대표자로 의심되는 상황이었다면 실질 사업자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 충분히 조사·검토했어야 했다"며 "하지만 당시 A회사 관련 조사종결 보고서에는 이러한 사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데 노원세무서장은 추가적인 검토 없이 세금 부과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김씨를 A회사 주주나 대표자로 의심할 만한 자료가 전혀 있지 않다. 반면 A회사가 조직적인 불법도박에 이용된 여러 회사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을 비춰볼 때 A씨는 명의도용을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설령 대가를 명의대여를 한 것이라고 해도 A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운영한 당사자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개발업체인 A회사는 2011년 3월 설립돼 그해 4월 폐업했는데 김씨가 A회사 사내이사 겸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노원세무서장은 김씨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인터넷 도박 관련해 입금된 금액 35억4400만여원을 확인한 뒤 부가가치세 3억9100만여원과 법인세 65000만여원 등을 부과했고 중부세무서장도 김씨에게 소득처분된 3억8700만여원에 관한 종합소득세 1억5200만여원을 부과하는 등 총 6억여원의 세금을 내라고 명했다.
이에 김씨는 "2007년 7월부터 2013년 8월까지 B건설회사 대리로 근무했는데 A회사는 알지도 못하고 설립과 운영에 관여한 바 없다. 다만 대출을 받기 위해 주민등록등·초본, 인감증명서 등을 팩스와 우편으로 보낸 적이 있는데 누군가 이 서류를 이용해 명의도용 범행을 저지른 것을 보인다. 따라서 세금 부과 처분은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