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아시아나IDT가 투자자들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강행한다. 회사는 오히려 낮은 공모가로 투자자들이 주목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IPO를 '흥행참패'라고 평가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시아나IDT는 지난 7일과 8일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가 1만5000원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회사가 희망 공모가로 제시한 가격은 1만9300~2만4100원이었으나 공모가는 이보다 한참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7.04:1에 그쳤다. 공모 주식 규모도 처음 계획했던 330만주에서 264만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구주매출 역시 기존 220만주에서 154만주로 줄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공모로 최대 532억원 회수를 기대했지만 231억원만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써낸 신청가격 분포에 따르면 총수요는 1114만5000주였으나 이중 절반가량인 577만9736주가 밴드 하단에 몰렸다. 희망가보다 낮게 써낸 주식 수도 350만6800주에 이른다.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공모가 확정 일자도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수요예측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빠른 시일 내에 공모가를 확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시아나IDT의 공모가는 일반청약이 진행되는 14일보다 하루 앞선 13일 오후 늦게 확정·공시됐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IDT의 상장 자체에 디스카운트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100% 자회사인 아시아나IDT의 상장이 이용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굳이 상장할 필요가 없는 회사를 모회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상장시키는 것을 투자자들도 알고 있어 낮은 가격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시아나IDT가 모그룹에 의존한 사업내용을 가진만큼 성장성이 제한돼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이 정도 수요예측 결과면 상장을 철회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룹 차원에서 공모자금이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자료를 통해 "명목상 경쟁률은 낮지만 대부분의 기관이 실수요 주문을 접수해 오히려 배정 물량이 부족했고 추가 배정이 가능한지 문의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IPO시장이 실수요 위주의 참여로 변하고 있다"며 "공모시장에서 고질병으로 지적되던 과수요 신청과 과배정 행태가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