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이후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IFRS의 특성상 회사와 감사인, 금융당국의 해석이 각자 다를 수 있음을 인정했지만 온도차이는 극명했다.
한국회계학회가 23일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원칙중심 회계기준과 회계' 세미나에서는 IFRS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기업 실무자는 '제약·바이오 감독지침'을 예로 들면서 "차라리 이런 지침을 달라"고 토로해 현 상황을 대변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9월에 발표한 제약·바이오 연구·개발비 처리와 비슷한 지침을 두세 개 더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학수 증권선물 위원회 상임위원은 축사를 통해 "IFRS가 도입된지 8년이고 짧기 않은 기간 동안 관계기관이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인해 논란이 생겼다"며 "IFRS는 회계전문가에게 많은 권한을 주는 만큼 회사와 감사인은 적법한 절차(due process)를 지키는 것과 회계기준 준수에 대한 성실성, 무결성(integrity)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원칙중심 회계기준과 회계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종호 기자
'원칙중심의 회계기준에 대한 논리와 선행연구'라는 주제를 발표한 이영한 서울시립대 교수는 "원칙중심의 회계 기준과 감독기관의 내부지침 간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특히 기업과 감사인은 감독당국이 특정사안에 대해 강력한 규제 동기를 갖게 될 경우 사후 결과를 중심으로 '원칙'을 해석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손영채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현재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감독지침이 하나 나왔는데, 업계에서는 너무 많으면 안된다고 하지만 이는 성급한 판단"이라며 "가장 큰 우려는 IFRS의 불확실성이다. 감독지침은 IFRS 원칙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지침을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시를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두세 개 정도 감독지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은 이와 관련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태홍 두산그룹 부장은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입장에서 IFRS가 도입되고 가장 많이 느낀 것이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는 것"이라며 "기준서는 문장 하나가 너무 어렵고 내용도 방대한데다 질의회신은 비공개다. 결국 복수의 회계법인에게 질의하지만 각 회계법인의 답변도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거래형태는 수시로 바뀌는데 재무제표 작성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바뀐 거래를 감독당국과 회계제정기구에서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차라리 9월에 나온 제약·바이오 감독지침이 나오면 일이 수월하다"고 밝혔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