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이지은 기자] "어? TV가 왜 이러지?"
미용실 원장은 TV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연신 눌러댔다. 24일 오전, 주말을 맞아 찾은 동네 미용실의 인터넷(IP)TV 화면이 갑자기 멈췄다. 기자는 새벽부터 내린 폭설로 케이블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니냐고 물었다. 원장은 PC 앞으로 가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터넷도 안 되네요."
그때 원장과 기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대형화재. 서대문구 충정로 3가 KT 건물 지하 통신구 화재 발생, 인근 주민은 통신 장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긴급재난문자였다. KT망을 이용하는 미용실의 유선전화와 카드결제기까지 먹통이 됐다.
"원장님 오늘 영업 안하시나요?" 한 손님이 미용실에 들어서며 물었다. 손님이 예약을 하려고 미용실에 전화를 했지만 KT 통신망이 먹통이 돼 전화가 될 리 만무했다. 원장은 상황을 설명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카드결제기도 먹통이 돼 지금 결제가 안 됩니다."
그 손님과 기자는 계좌이체로 결제를 했다. 그나마 둘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알뜰폰 가입자였기에 휴대폰 인터넷이 가능했다. 하지만 뒤에 들어온 손님은 더 난감했다. KT 가입자였던 탓에 휴대폰 인터넷, 전화가 모두 먹통이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없으니 계좌이체도 할 수 없다. 할 수 없이 현금을 찾기 위해 은행자동화기기(ATM)로 발길을 돌렸다. 그는 약 20분이 지나서야 가게로 돌아왔다. 인근 은행과 편의점의 ATM도 KT 통신망을 사용해 먹통이 된 탓에 옆 동네의 ATM까지 가야 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마음이 급해졌다. 기사를 써야 하지만 미용실이고, 그곳의 PC도 인터넷이 먹통이다. 급하게 후배에게 연락했다. 후배도 이동 중이었지만 가까이 있는 PC방으로 가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이내 후배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선배, PC방이 KT 통신망을 써서 인터넷이 먹통이에요." 후배가 보낸 PC방의 공지문 사진에는 '연락처를 남겨주면 인터넷이 복구 되는대로 문자를 보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의 KT 아현국사의 화재로 소방차들이 출동한 모습(왼쪽)과 KT 인터넷망을 쓰는 PC방의 인터넷 사용이 불가하다는 공지문. 사진/이지은 기자.
이날 오전 11시쯤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의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로 서울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은평구 일대의 KT 이동통신·인터넷·IPTV·카드결제 단말기가 먹통이 됐다. 통신 장애로 일반 KT 휴대폰 가입자뿐만 아니라 유선전화와 카드결제기를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유선 전화로 손님 예약을 받지 못했고, 카드결제가 안 돼 현금이나 계좌이체로 결제를 해줄 것을 요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KT 통신망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는 로또 복권 판매도 중단됐다. 로또는 중앙전산센터와 통신망으로 연결된 단말기를 통해 번호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KT는 이날 오후 4시40분쯤 "24일까지 휴대폰의 70%, 25일까지 90%까지 복구할 전망"이라며 "유선 서비스의 복구는 1~2일 소요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박현준·이지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