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롯데가 금산결합 문제를 털고 체제 밖 계열사도 모두 정리해 지배구조 이슈를 깔끔히 해소하기로 했다. 금융업에선 완전 철수한다는 방침이다. 지주회사체제 밖 호텔롯데 산하에 금융계열사를 이전할 것이란 게 당초 시장 전망이었으나 아예 손을 뗀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호텔롯데도 상장 후 지주회사체제 안에 편입해 차후에 생길 문제도 ‘제로화’시킨다는 목표가 확인됐다. 재판을 겪으며 사회적눈총을 받았던 신동빈 회장이 모든 논란을 지우고 이슈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굳힌 것으로 해석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롯데 고위 관계자는 27일 “롯데카드를 매각하면 그 아래 연결된 금융사들도 모두 정리된다”며 “호텔롯데 산하로 넘겼다가 나중에 지주 내 편입하기보단 아예 정리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호텔롯데는 상장 후 지주 내 편입은 일본 주주와 협의가 필요해 장기적으로 추진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롯데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외부 매각한다고 밝혔다. 당초 호텔롯데 산하 출자구조에 있던 롯데케미칼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이 예견됐지만 모두 빗나갔다. 롯데케미칼은 이미 롯데지주가 차입 방식으로 지주 내 편입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지분스왑방식이 거론됐던 이유는 롯데가 호텔롯데를 금융지주화시켜 금융사업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에서였다. 하지만 롯데는 그룹 사업군에서 금융업을 지우기로 했다. 그룹 내 롯데캐피탈 등 일부 금융사가 남게 되는데 이들 역시 지주회사 체제 전환 시 금산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공정거래법상 기한 내 팔아야 한다. 이들 계열사 지분도 외부 매각이 유력시 된다. 장기적으로 호텔롯데까지 체제 내 편입해 지주 밖 회사를 남기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호텔롯데 산하 금융계열사를 모아 금융그룹화한다는 시나리오는 사실상 폐기됐다.
롯데가 금융사 외부 매각으로 방침을 정한 데는 최근 강화되고 있는 금융당국 규제도 고려된 듯 보인다. 앞서 호텔롯데는 롯데캐피탈 지분을, 부산롯데호텔은 롯데손해보험 지분을 확보하는 등 재편작업을 진행해 금융지주화 시나리오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그룹통합감독 시스템을 도입해 자본적정성이나 등기임원자격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롯데도 감독을 받을 것으로 관측됐다. 롯데는 결국 금융 계열화를 포기함으로써 이같은 리스크도 벗게 됐다.
일본주주로 구성된 호텔롯데가 국내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게 되는 부분이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텔롯데 대표이사인 신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유죄판결을 받은 만큼 금융당국 대주주 자격 심사 시 문제될 수 있었다. 정부는 관련 법을 개정해 금융회사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 요건에 특경가법 위반 여부를 추가하는 등 심사를 강화하던 참이었다.
롯데는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내부지분을 희석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일본주주와 연결고리를 약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전 경영권 타툼으로 ‘형제의 난’이 불거졌을 당시 롯데 정체성 문제가 비화되며 내수사업으로 번 돈이 일본에 넘어간다는 비판여론이 짙었다. 신 회장은 이런 논란을 씻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대책을 약속한 바 있다. 다만 호텔롯데는 면세점 등 사업 실적이 부진해 상장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롯데 상장 후 일본주주 지분 비중을 낮춘 다음에는 지주 내 편입해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게 그룹 복안이다. 그 과정에서 롯데지주 내 아직 부족한 신 회장 개인 지분 지배력을 강화하는 작업이 병행될 듯 보인다. 최근 롯데지주는 자사주를 소각하고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시켜 배당을 확대키로 했다. 신 회장이 현금을 확보해 추가 지분 여력을 늘릴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연장선에서 롯데쇼핑 등 계열사에 남아 있는 신 회장 지분을 롯데지주 지분과 교환하는 작업도 예측 범주에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