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남편은 이론을 궁리할 때 음악의 도움을 받았어요. 서재에 갔다가 돌아와서는 피아노로 몇 가지 화음을 치고 나서 급히 뭘 적은 뒤 다시 서재로 가곤 했지요.”
아인슈타인이 피아노 연주를 즐겼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그는 수학적 엄밀함을 중시하면서도 창의력과 직관을 발휘하곤 했는데, 대체로 그것은 음악에서 비롯됐다. 모차르트를 영웅으로 삼던 그는 즉흥 연주를 즐겼고, 그 속에 ‘우주의 내밀한 아름다움’이 있다 믿었다. 훗날 그가 정립하게 되는 일반 상대성이론 역시 평소의 음악적 직관과 통찰에 의한 산물이었다.
우주와 음악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탐미는 훗날 과학과 예술의 접점을 확대시켰다. 전설적인 재즈 연주가 존 콜트레인은 말년에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과 팽창하는 우주 가설에 영향을 받아 앨범 ‘인터스텔라 스페이스’를 만들게 된다.
이 앨범의 연주자들은 마음 속에 우주적 패턴을 그리며 연주했다. 균일하게 지속되는 베이스와 드럼의 리듬 파트는 중력의 끌어당김으로, 즉흥적인 색소폰 솔로 파트는 반중력의 우주적 팽창으로 구현됐다. 각각의 소리는 과거부터 이미 무한히 팽창과 수축을 반복해 온 우주의 순환 원리 그 자체. ‘뮤지컬 코스모스’의 저자이자 물리학자 스테판 알렉산더는 이러한 관찰의 결과들을 음악과 우주의 유사성 범주에서 파악하고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음악과 우주 사이 관련성을 간파한 이들은 역사의 전 과정에 있었다. 피타고라스는 기쁨을 주는 소리를 연구하고자 망치와 현을 연주했고, ‘만물이 수’이며 ‘천구의 음악’이 존재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는 이후 바흐, 모차르트, 비틀스 등의 음악적 토대였을 뿐 아니라 순수수학과 천체 물리학에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독일 천문학자 케플러는 우주가 음악적이라는 직관을 이용해 천문학과 물리학, 수학 분야에서 중대한 발전을 이뤘고, 캐나다 물리학자 빌 언루는 블랙홀의 물리학과 소리 사이 유사성을 통해 블랙홀의 신비를 밝혀냈다. 언루에 따르면 블랙홀 지평선은 음향적 속성을 지니는데, 어떤 블랙홀은 수벌처럼 윙윙거리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물리학자이자 재즈연주가로서의 저자 자신의 이야기도 이 우주론적 여정에 함께 한다. 뉴욕 브롱크스에서 음악 레슨을 받은 어린 시절부터 재주연주가로서의 삶,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이론물리학을 연구하는 과정 등을 특유의 유머러스한 입담으로 소개한다.
U2와 폴 사이먼, 데이비드 보위, 콜드 플레이 등 음악계 거물과 합동 작업을 한 브라이언 이노를 만나는 순간은 특히 흥미롭다. 노팅힐에 있는 이노와 처음 전화번호를 교환한 그는 그가 유명한 뮤지션임을 알아채지 못한 고백도 털어놓는다. 후에 두 사람은 이 곳에서 우주론과 악기 설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과 연구 활동의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 동료가 된다.
‘과학과 음악을 함께 즉흥 연주’하는 듯한 금발 레게머리의 IT 구루 재런 러니어, 틀에 박힌 선율진행을 버리고 재즈적 즉흥연주를 펼쳤던 세계적 색소폰 연주가 오넷 콜먼 등과의 만남에서 얻은 과학적 통찰도 세세하게 그려진다.
색소폰 즉흥연주를 하면서 방정식을 계산해 온 저자는 소리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파동들과 그것들의 관련성을 파헤쳤다. 그리고 음악과 소리는 우주의 핵심 요소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음악 작곡의 대칭성은 양자 장에 존재하는 대칭성을 반영하며 과학과 음악 양 분야에서 이러한 대칭성의 붕괴는 아름다운 복잡성을 창조한다. 대칭 붕괴를 통해 물리학에서는 자연의 상이한 힘들이 생겨나고 음악에서는 음악적 긴장과 누그러짐이 발생한다.”
저자에 따르면 초기 우주에서 생겨난 파형들은 별을 생성했다. 별은 원소들의 요란한 융합과정에서 음표와 같은 소리를 낸다. 스스로 조직화한 별들은 쌍성계나 성단과 같은 더 큰 구조를 이루며 이는 음악의 악구에 해당된다. 은하 내의 별 수백만 개에선 자기유사적인 프랙털 구조가 보이는데 이 또한 바흐와 리게티의 음악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음악과 우주 사이 깊은 유비를 이렇게 풀어 설명해줘도 좋겠다고 권한다.
“우주의 탄생 직후 최초의 별과 은하들은 태곳적 플라스마 내의 소리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런 별과 은하들이 씨앗이 돼 더 복잡한 패턴의 은하들, 그리고 특정한 공명 진동수에 맞춰 노래하는 별들을 낳았노라고.”
'뮤지컬 코스모스' 사진/부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