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9·13 부동산 대책 100일째 서울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강도 높은 대출규제와 3기 신도시 공급 등 대책이 적중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가수요로 비치는 '미친 호가'도 잡혔다. 다만, 거래가 잠기고 하락세를 지속해온 지방 침체는 더 깊어졌다. 100일을 채워 성과와 부작용이 보이는 대책 진단을 위해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9·13 대책의 대출 규제가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시켜 집값 상승세를 꺾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양도세 중과와 장시간 부동산 가격이 오른 피로감이 한몫했다는 시각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출 규제나 세제 개편, 보유세 인상 등이 겹치면서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지역들의 가격 조정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라며 "대표적으로 송파, 강남과 한강변의 용산, 동작 등에서 0.05% 이상 떨어진 지역도 나와 집값 안정이라는 목적은 일부 달성했다"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대출을 막아 거래절벽 상황까지 가다 보니 호가와 실거래가도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라며 "9·13 대책은 부동산 시장 상승을 꺾는데 분명하게 영향을 주면서 효과를 발휘했다"라고 평가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9·13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화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대책 효과가 전체적인 것은 아니고 지난 3년간 폭등했기 때문에 하락할 시기가 와서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대출 규제 영향이 대체로 컸다는 분석이다. 함 랩장은 "2주택 이상자는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고 전세자금 대출도 1억 이상 고액대출은 공적 보증 불가, 1금융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등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통로를 타이트하게 조였다"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대출이 안 되기 때문에 거래절벽이 일어났고 6~7억원 수준의 중형급 아파트만 해도 현금을 보유한 사람만 살 수 있기 때문에 실제 1가구 1주택 이전 수요나 무주택자가 주택을 사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심 교수는 대출 규제보다는 양도세 중과나 종부세 인상 등 세금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종합부동산세 강화, 공시가격 상향 등이 내년 시행되며 당분간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 교수는 "종부세 인상은 내년 12월에 부과되기 때문에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종부세 인상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시기에 거래절벽을 만드는데 집값이 하락해도 대출까지 안돼 수요자들이 선뜻 매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 랩장은 "집값 상승이 장기화됐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대한 가계 부담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심 교수는 "향후 집값이 하락할지 보합할지는 모르겠지만 마이너스 영향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라며 "경제 상황이 일부 개선되면 거래절벽은 어느 정도 해소되겠지만 정상 수준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9·13 대책의 일환이었던 30만 공공주택 공급 및 3기 신도시 파급력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갈렸다. 권 교수는 "집값이 하락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3기 신도시 공급이 당장 영향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며 "4~5년 뒤에 3기 신도시 입주 및 분양 시점이 된다면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도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집값 하락을 위해선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함 랩장은 "최근 서울 입주 물량이 크게 늘지 않았지만 3년간 경기도 입주물량이 매 10만호 공급되면서 서울의 임대료 상승을 둔화시키거나 끌어내리는 가격 효과가 있었다"라며 경기도 입주 물량이 서울의 수요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해도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