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만족시키는 모든 것"…'디자인 씽킹' 창업가 3인방

삼성 디자인 멤버십 출신 김성준·박지원·윤반석 대표

입력 : 2018-12-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의화빌딩. 마치 블록을 쌓아놓은 듯한 독특한 양식의 건물 5층에 들어서자 대학교의 동아리방을 떠올리게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사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삼성 디자인 멤버십 출신 윤반석(36) 대표가 운영하는 서울스토어와 데어즈의 사무실이다. 윤 대표와 삼성 디자인 멤버십에서 인연을 맺은 김성준(33) 렌딧 대표, 박지원(33) 세이브앤코 대표를 만났다.
 
(왼쪽부터) 김성준 렌딧 대표, 박지원 세이브앤코 대표, 윤반석 서울스토어 대표가 서울 강남구 서울스토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렌딧
 
제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디자인'…2분의1 프로젝트로 박원순 시장과도 인연
세 대표들은 삼성 디자인 멤버십 기수가 모두 다르다. 창업 아이템도 서로 연관성이 없다. 김 대표의 '렌딧’은 국내 P2P(개인간) 대출의 대표 주자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맞은 중금리 대출을 제공한다. 박 대표의 '세이브앤코'는 여성 관점에서 제작한 세이브(SAIB) 브랜드를 선보였다. 그는 세이브 브랜드의 콘돔을 시작으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주체가 되는 성 문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다. 윤 대표는 패션·뷰티 플랫폼 '서울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그들은 대학 시절 경험한 삼성 디자인 멤버십을 통해 '디자인적 사고방식'에 눈을 떴다. 이름은 디자인 멤버십이지만 단순한 제품의 겉모습에 대한 연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디자인은 제품의 기획부터 개발·마케팅·판매까지 전 과정에 걸쳐 적용되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겉모습뿐만 아니라 어떤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선보이며, 어떤 경험을 제공할 지에 대한 고민 모두가 디자인의 영역이다.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전 과정에 필요한 것이 디자인적 사고방식인 셈이다. 또 세 대표들은 삼성 디자인 멤버십을 통해 사람을 얻었다. 디자인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다양한 특징을 지닌 사람들을 만날 기회의 장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경우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학교에서는 동일한 전공자들을 주로 만났지만 삼성 디자인 멤버십에서는 다양한 전공과 배경지식을 갖춘 사람들을 만났다.
 
박 대표가 그 중 한 명이다. 사회적 가치 추구에 관심이 많았던 두 사람은 2분의1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 초콜릿이나 피자 등을 먹을 때 조금씩 남겨 결국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에 착안, 제품의 양을 반으로 줄였다. 가격은 그대로 받되, 가격의 절반은 기부하는 방식이다. 쓰레기를 줄이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자는 아이디어였다. 그들은 식음료 기업들에게 2분의1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로 제품을 출시할 것을 제안했지만 거부한 곳이 많았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지만 제품의 양을 반으로 줄이고 가격을 그대로 받는 것에 대해 기업들이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있던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10년 무렵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해커톤 '소셜 이노베이션 캠프'에서 1등을 차지했는데 당시 시상자가 박 시장이었다. 박 시장이 한 피자 회사를 소개시켜줬고 2분의1 프로젝트는 피자를 대상으로 현실화됐다.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음식 양을 제공하며 사회적 가치까지 추구한 셈이다. 
 
"삼성 취업보다 하고 싶은 일"…에어비앤비도 디자이너가 창업
세 대표들은 삼성 디자인 멤버십 수료자들 중 삼성에 입사하지 않고 창업에 뛰어든 독특한 경우다. 삼성 입사보다 자신들만의 디자인적 사고방식을 실현할 수 있는 일을 택했다. 윤 대표의 서울스토어는 유튜버와 인스타그램 스타 등 이른바 인플루언서들을 홍보 채널로 활용해 제품을 판매하는 패션·뷰티 플랫폼이다. 스타 인플루언서를 발굴해 그들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며 매출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제품의 종류와 인플루언서의 콘텐츠가 유사하면 그에 대한 관심이 높은 팔로워들이 제품을 구매할 확률이 올라간다. 가령, 옷과 액세서리 등을 패션 전문 인플루언서를 통해 노출할 경우 팔로워들이 관심을 보이고 구매까지 이어지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에게는 보다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인플루언서를 통해 제시하고, 인플루언서들에게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들은 세부적인 UI를 설계하면서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디자이너의 강점으로 꼽았다. 세계적인 숙박서비스 업체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도 디자이너 출신이다. 세 대표들은 "기존 서비스에서도 소비자들이 불편을 느끼는 아주 작은 부분들이 많다"며 "새로운 시각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디자인적 사고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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