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지난해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증권시장을 주도했던 업계는 올해 들어서도 1분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한미약품 기술수출 취소를 시작으로 업계에 불어 닥친 테마감리 이슈, 고의 주가조작 혐의, 발사르탄 사태, 불법 리베이트 파문 등 잇단 악재 뒤 3분기 전반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4분기 들어 연달아 대형성과를 내며 다시 전반적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유독 굴곡진 한해를 보냈던 만큼 각 사별 희비는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한양행(맑음) 3년 연속 업계 매출 1위, 5년 연속 1조클럽 달성이 유력한 유한양행은 3분기 일찌감치 매출 1조원을 넘어선 뒤 누구보다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 폐암신약물질 '레이저티닙' 기술수출로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1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은 국내 항암제 역사상 단일 기술이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GC녹십자(조금 흐림) 유한양행을 제외한 유일한 1조원대 매출 달성사로서 업계 2위 수성이 유력하지만,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셀트리온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점은 내년을 안심할 수 없게 하는 요소다. 올해 최대 파이프라인으로 기대 받던 혈액제제 IVIG-SN의 FDA 품목허가 고배는 뼈아프게 작용 중이다. 일정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내년 호가를 목표로 재도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맑음) 성과 자체만 놓고 보면 최고에 가까운 한해를 보냈다. 2016년 매출규모 7위에서 지난해 4위로 껑충 뛰어오른 뒤, 올해 TOP3 진입이 유력하다. 특히 4분기 HIV 치료제 '테믹시스정'과 주요 바이오시밀러 라인업 트룩시마, 허쥬마의 FDA 판매허가를 획득하며 역대 최다기록의 일등공신이 됐다. 다만 최근 고개를 든 분식회계 의혹과 전 세계적 바이오의약품 가격 인하 움직임 등은 향후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한미약품(흐린 뒤 갬) 시작은 최악에 가까웠지만 내년 기대감이 풍부하다. 지난 2015년 7500억원 규모에 릴리로 기술 수출한 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 개발이 지난 2월 중단됐다. 하지만 4년 만에 1조 클럽 재입성 기대감은 위안이 되는 요소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FDA 허가신청 임박과 개발 막바지에 접어든 항암신약 '포지오티닙' 등의 존재는 내년도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요소로 작용 중이다.
종근당(조금 흐림) 3분기 업계 전반적 실적 하락폭 속 매출 상승과 영업이익 감소폭을 최소화 하는 등 안정적 실적을 유지했다. 올해 1조 클럽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 4700억원 규모로 체결한 수출 계약한 브랜드 첫 바이오시밀러 '네스벨(CKD-11101)'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내년 초 승인 완료가 전망되는 네스벨은 2조8000억원 규모 글로벌 시장을 보유한 빈혈치료제 네스프의 첫 바이오시밀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난 17일 운전기사 폭언갑질 논란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장한 회장에게 징역형이 구형된 점은 불안 요소다.
대웅제약(흐림) 눈에 띄게 잘 풀린 일이 없었다. 지난해 업계 3위였던 매출은 3분기 누적 기준 5위로 내려앉았고, 직원에 대한 폭언논란에 윤재승 전 회장이 사임했다. 연내 FDA 품목허가가 기대되던 보툴리눔톡신 '나보타' 역시 재도전에 나선 상태다. 당초 계획에 비해 일정이 연기되긴 했지만 내년 초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 보툴리눔톡신 시장에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잠재력은 여전하다.
삼성바이오˙동아에스티(흐림~구름 잔뜩) 고의 분식회계 이슈로 고초를 겪었던 삼상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유지 판결 이후에도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조사 등에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분위기다. 불법 리베이트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된 강정석 동아쏘싱홀딩스회장이 1·2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은 동아에스티 역시 총수 장기부재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