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자리를 비운 직장동료의 사내 컴퓨터 메신저 보관함을 열어 대화내용을 본 20대 직장 여성에게 정보통신망 침해죄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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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취득한 대화내용은 피해자들이 각자 컴퓨터에 설치된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나눈 사적인 것으로서 제3자와는 공유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면서 "피해자들은 대화내용을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전자파일 형태로 저장했는데, 이는 메신저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보관함 기능을 이용한 것으로서 정보통신망에 의한 비밀처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대화내용을 다시 확인하려면 자신의 계정을 이용해 메신저 프로그램을 실행해야만 하고, 제3자가 별도의 접근권한 없이 위 피해자의 계정을 이용해 메신저 프로그램을 실행한 다음 보관함의 대화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이용한 메신저 프로그램 서비스제공자인 회사가 징계조사나 영업비밀보호 등을 위해 메신저 대화내용을 열람·확인할 수 있더라도 메신저 프로그램 운영 업무와 관련 없는 피고인으로서는 그럴 권한이 없고, 회사가 피고인과 같은 일반직원에게 그런 행위를 승낙했을 것으로도 보기 여럽다"면서 "그렇다면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A씨는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선배 여직원 3명이 그들의 종교단체에 자신을 강제로 포교하려 하자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을 가져왔다. A씨는 선배들의 강제포교 증거를 수집하던 중 2015년 7월 사무실에서 이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들 컴퓨터에 설치된 사내 메신저 보관함을 열어 대화내용을 취득했다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대화내용을 컴퓨터 메모장에 복사한 뒤 사무실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컴퓨터에 텍스트 파일 형태로 옮겼다가 다시 자신의 컴퓨터로 내려받았으며, 이 파일을 상급자에게 전송했다.
1심은 A씨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직장 선배인 피해자들이 계속적인 종교포교 행위를 해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그 범행의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면서 벌금 5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선배들의 강제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한 정당행위라며 무죄를 주장하면서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지만, 결국 유죄가 확정됐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