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정부와 통신 업계가 단말기자급제 시대 유통망의 역할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말부터 단말기자급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각 이동통신사와 유통망 단체들과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 단말기자급제는 단말기의 구매와 이동통신 서비스의 가입을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제조사와 이통사들이 각자 경쟁하도록 해 가계통신비 인하를 유도하자는 취지다. 지난해 김성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완전자급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도 발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자급제를 활성화하자는 입장이다. 자급제 활성화를 위해 유통망의 역할을 어떻게 전환할지가 관심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의 이통 3사 대리점과 판매점은 약 2만개가 영업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대리점과 판매점들은 단말기와 통신 요금제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단말기 구매와 통신 서비스 가입을 별도로 할 경우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이 설 곳을 읽어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자급제가 확대될 경우 유통망을 자급제폰 판매처로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자급제폰의 주요 오프라인 판매처는 삼성디지털플라자와 LG베스트숍, 하이마트 등이다. 온라인은 주요 오픈마켓과 하이마트에서 자급제폰이 판매되고 있다. 동네 골목에도 있는 일선 휴대폰 대리점·판매점에 비해 그 수가 부족하다. 때문에 기존 휴대폰 대리점·판매점을 자급제폰 판매처로 활용하면 소비자들이 쉽게 자급제폰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휴대폰 유통망은 제조사들이 판매장려금을 얼마나 지급할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유통망 관계자는 "대리점과 판매점은 휴대폰을 판매할때마다 받는 판매장려금이 주요 매출원"이라며 "삼성이나 LG가 자사의 디지털플라자나 베스트숍과 차별없이 동일하게 판매장려금을 지급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자급제 관련 주체들과 개별적으로 만나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통사들을 비롯해 자급제폰 유통을 희망하는 주체들과 따로 만나며 의견을 듣고 있다"며 "각 주체들과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자급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이통 3사를 통해 공통 출시되는 모든 단말기는 자급제 단말기로도 판매하기로 이통사들과 합의했다. 또 자급제 전용 단말기나 10만원대의 저가 자급제 단말기의 출시도 추진된다. 이로 인해 지난해 국내 제조사 기준 8종이었던 자급제 단말기는 올해 20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