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지난해 1월 런던 하우투아카데미에서 열린 조던 피터슨 전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의 강연. 행사가 시작되자 런던 청년들은 일동 기립 박수로 그를 맞고, 사진을 찍으며 열광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클립 영상 밑에는 현재 그의 열혈 팬들의 댓글이 차고 넘친다. ‘아카데미계의 록스타’, ‘인크레더블 맨’, ‘인류에게 내린 진정한 선물’
삶을 ‘고통’이자 ‘혼돈’이라 규정하는 그의 철학에 대중들은 왜 이렇게 열광할까. 그들을 반응하게 하는 피터슨 만의 힘은 무엇일까.
피터슨은 신간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인생은 질서와 혼돈이 상호작용하는 형태로 나아간다고 말한다.
질서가 익숙한 것이라면 혼돈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일이다. 삶은 익숙한 일만 계속하면 지루해지고, 새로운 걸 하면 불안해진다. 따라서 둘 사이에 조화로운 경계를 찾는 것이 관건인데, 그는 그것이 자기 만의 ‘삶의 의미’를 찾는 데서 가능하다고 본다. 자신 만의 법칙과 기준으로 선한 의지를 갖고 사는 것이 곧 ‘세상(고통)의 해독제’가 된다고 주장한다.
런던 하우투아카데미에서 강연하는 조던 피터슨 교수. 사진/유튜브 캡처
그의 관점은 험난한 인생의 바다를 헤쳐온 경험칙에 근거한다.
캐나다 북부 황량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접시닦이, 주유원, 철로 건설 인부 등을 하며 자란 청년이었으며 소아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딸의 수술을 위해 뛰어다니는 아버지였다. 냉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던 1982년에는 전체주의를 목도하며 인간 어두운 본성을 연구하던 학자이기도 했다.
세계인들이 그에 주목하는 건 ‘삶은 고통’이란 진리를 그 만의 솔직한 경험과 인문학적 고찰로 풀어가기 때문이다. 그가 쓴 책에는 카톨릭 성경부터 니체, 카를 융, 프로이트 등 심리학자의 글들이 그의 근원적 체험에 뒤범벅돼 나뒹군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태어난 것만으로 고통과 불가분 관계에 놓인다. 순간의 행복을 맛볼 수는 있어도 삶의 목표 자체가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 될 수는 없다.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혼돈이 잇따르고 이를 질서 정연한 삶 속에서 잘 조율해 가야 한다.
말은 참 쉽게 느껴지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라도 있는걸까.
책에서 그는 직접 연구하고 체험한 사례를 소개한다. 주로 거창하지 않은 삶 속에서 깨닫게 된 것들이다.
바른 자세가 세라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자신감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연구를 제시하기도 하고, 자신의 방을 정리하며 삶을 되새겨 본 사례도 소개한다.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는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둬라’ 등 주로 일상에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방법들이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사진/메이븐
다만 피터슨 자신도 이 같은 법칙들을 항상 올곧게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칙들은 모두 인간들의 손에 쉽게 닿지 않는 도덕적 이상론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속해서 지키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제가 이 법칙들을 썼습니다만 모두 조합시켜봤을 때 이것은 일종의 이상입니다. 이상은 다가갈수록 멀어지기도 하고 결코 이룰 수 없죠. 그래서 지속적인 조율이 필요합니다. 선을 추구하려 노력하는 순간의 과정에서 우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행복보다는 이런 인생의 의미에 집중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피터슨 열풍의 이면에는 팍팍하고 감내하기 힘든 우리네 삶이 있다. 행복해지려다 무너진 이들의 숱한 울음이 있다. 불쑥 찾아오는 고통과 혼돈이 우리를 비웃는다.
하지만 피터슨은 고통을 삶의 일환으로 받아들여 보라고 권한다. 선의 범주에 있는 ‘삶의 법칙’들을 정하고 다듬어 보라고 말한다. 그러면 우리는 더 이상 스스로를 희망 고문 하지 않게 된다. 한 줌의 희망으로 순간 순간에 집중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모든 것이 혼돈에 빠지고 불확실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로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부터 바로 잡는 것입니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세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